매일신문

A형이냐, B형이냐 그것이 진짜 문제!

두 가지 문제유형 2014 수능 대비

대학 입시 준비에 여념이 없는 고3들을 보면서 고2들이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순 없다. 지금부터라도 입시 전략을 세워 실천해 나가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16일 대구 혜화여고 2학년 9반의 수업 모습.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학 입시 준비에 여념이 없는 고3들을 보면서 고2들이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순 없다. 지금부터라도 입시 전략을 세워 실천해 나가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16일 대구 혜화여고 2학년 9반의 수업 모습.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이달 8일 수능시험이 치러졌지만 고3 수험생들은 여전히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수능시험 후에도 논술시험을 치느라 바쁘게 뛰어다녔고, 성적발표(28일)까지도 일주일이나 남았다. 지원 대학'학과별 수능성적 반영 비율은 천자만별이고, 입시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자신의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이 풍경을 바라보는 고2 학생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올겨울이 지나면 고3이 되는 데다 내년부터는 수능시험이 개편되기 때문이다. 2014학년도 수능시험은 각 과목을 난이도에 따라 A와 B형으로 구분해 치른다. 지원 대학'학과가 어떤 유형을 요구할지에 따라 학습 계획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2014학년도 수능 개편안과 그에 따른 입시 전략을 살펴봤다.

◆예비 고3, 학부모, 교사 모두 난감

대구 수성구 한 고교 2학년인 A군(인문계열)은 경영학도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는 요즘 대입 원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선배들을 보면서 곧 고3이 된다는 걸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A군의 현재 내신성적은 2등급 중후반대에서 3등급 초반. 하루빨리 지원 대학을 정해 입시 준비에 들어가고 싶은데 돌아가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수능시험 체계가 개편되고 대학별 입시 요강이 아직 모호해 구체적인 학습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어서다.

"1학년 때는 SKY대 진학을 생각했지만 지금은 눈높이를 낮췄어요. 이젠 서울 중위권 대학이라도 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경북대 진학도 생각 중이고요. 문제는 각 대학의 내년 전형 방법을 정확히 모른다는 겁니다. 수능이 A, B 선택형으로 바뀌는 것도 부담스럽고요."

올해 대학입시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벌써 내년 치러질 대학입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난이도에 따라 수능시험이 쉬운 A형과 현재 수능 수준의 B형으로 나뉘는 데다 각 대학의 전형 방법이 또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 등 변화 요소가 많기 때문.

하지만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기엔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갈 길 바쁜 고2 학생들과 학부모는 어떤 과목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할지 각 대학의 전형 발표만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다.

달서구 한 고교 2학년 B양(자연계열)의 내신성적은 4~5등급. 진학 희망 대학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가능하면 수시모집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마음만 먹고 있을 뿐 경북대와 영남대, 계명대 등을 두고 저울질 중이다.

"수시에 주력한다 해도 수능시험을 소홀히 할 순 없잖아요. 경북대 AAT(대학진학적성검사)를 치려 해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넘어야 하니까요. 문제는 수능에서 A, B형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죠. 대학들이 어떤 유형을 요구할지, 유형 선택에 따른 가산점은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니 답답해요."

학부모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아들 둘을 둔 C(51'여'대구시 수성구) 씨는 두 번째 '입시 전쟁'을 앞두고 있다. 작은 아들이 내년에 고3 수험생이 되기 때문. 아들의 성적은 내신 3등급 초반. 수도권과 지역 상위권 대학 중 아직 목표를 정하지 못했다. 내년 입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으려고 신문을 뒤적이고 학원가에 전화 문의를 하는 등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내년에는 또 수능 체계가 바뀐다죠? 큰아들을 대학에 보낸 4년 전만 해도 이렇게 머리가 아프진 않았어요. 어떻게 입시 제도는 해마다 바뀌고, 바뀔 때마다 점점 더 복잡해지는지…. 어쨌든 빨리 각 대학의 전형요강이 확정돼 입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어요."

답답하고 머리가 아픈 건 고교 교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 고교 교사는 "바뀐 제도를 보면 가산점 계산 등 변수가 많아 합격 여부를 가늠하기 더욱 힘들어졌다"며 "공부를 더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전략을 잘 짜고 운이 따르는 학생을 뽑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라고 했다.

◆수능 개편 등 대입 제도 변화, 어떻게 대비할까

내년 대입 제도 변화의 핵심은 수능시험 개편이다.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이 각각 국어, 수학, 영어로 이름이 바뀌면서 A, B형으로 나뉜다. 교과부는 B형이 현재 수능시험과 비슷한 수준의 난이도, A형은 보다 쉽게 출제하면서 출제 범위도 줄인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시험 준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B형의 경우 최대 2과목까지만 응시할 수 있고, 국어 B형과 수학 B형을 동시에 선택하지 못하도록 했다.

문제는 각 대학이 어떤 식으로 유형을 조합해 전형 요강을 짜느냐다. 입시 전문가들은 상위권 대학 경우 인문계열은 국어'수학'영어를 B'A'B형, 자연계열은 A'B'B형으로 할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2014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안을 발표한 곳이 서울대 외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서울대 경우 내년 수시모집 비율을 79.9%에서 83%까지 확대하면서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지역균형선발전형과 일반 전형 중 미대와 체육교육과 제외)한다. 대신 서류평가와 면접'구술고사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정시모집에서는 수능성적 반영 비율을 30%에서 60%로 확대한다. 수능 반영 과목은 인문계열 경우 국어'수학'영어를 B'A'B형, 자연계열은 A'B'B형. 다만 공대 건축학과와 산업공학과에는 수학 A, 국어 B형 등 인문계열 수능 과목을 조합한 학생의 지원도 받는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나머지 대학 경우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기 쉽지 않을 거라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각 대학은 수능 A, B형 중 어떻게 과목을 조합한 전형을 선택할지와 그에 따른 가산점 비율은 얼마로 정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상당수 대학이 다른 대학은 어떻게 할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중위권 이하 대학들은 B형에 가산점을 많이 줬을 때 A형을 선택한 수험생의 지원율이 떨어져 학생 모집 자체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남은 기간 고2 학생들은 어떻게 입시 전략을 세워야 할까. 대구시교육청 진학진로지원단 박재완(혜화여고 교사) 단장은 특히 영어에서 어느 유형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수학은 이미 두 유형으로 나눠 시험을 쳐왔고 국어 경우 인문계열 학생이 A형을 친다 해도 서울대와 의대를 지망하는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이 포진해 있어 실제 등급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단장은 경북대 이상 상위권 대학을 생각한다면 영어 B형, 그 이하라면 A형을 염두에 두고 공부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영어 B형을 선택한 뒤에도 모의평가의 한 등급당 상위 65% 정도만 실제 수능시험에서 그 등급을 받는다는 전제 아래 입시 전략을 짜야 한다"며 "실제 수능시험 때는 재수생이 합류해 상위권이 두터워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또 "고2 학생들은 겨울방학 동안 영어의 빈칸 추론, 어법, 듣기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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