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700여 개 차명계좌로 자금 분산"

경찰이 4조원대 다단계 사기를 저지른 조희팔 씨가 국내에 은닉한 자금 중 780억여원을 찾아냈고, 은닉 자금을 추가로 추적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19일 "올 3월부터 조 씨 일당의 은닉 자금을 추적, 700여 개의 차명계좌에서 모두 780억원의 자금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조 씨 일당은 차명계좌로 이동된 자금을 다른 사업체에 투자하거나 전세자금 등 형태로 분산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발견한 자금 780억원의 현 소유주를 설득해 법원에 변제공탁 형태로 맡기기를 유도하고 있다. 변제공탁은 채무자가 빚을 갚는 대신 법원과 같은 공탁소에 맡기는 방식으로 채무를 면하는 제도로, 조 씨 일당이 은닉 자금을 은행계좌에 두기보다는 투자금 등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이같이 조치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은닉 자금 추적 과정에서 조 씨의 자금이 경찰관 3명과 중앙부처 공무원 1명,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1명 등에게 유입된 정황도 포착했다. 이들 경찰관과 공무원은 모두 하위직으로, 입금된 자금의 대가성 여부를 추후에 검증할 예정이다.

경찰은 조 씨가 달아난 중국 현지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조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소재를 여전히 추적 중이다. 조 씨 일당이 빼돌린 돈은 대략 3조5천억∼4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편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19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씨 측근과 유진그룹 등으로부터 내사'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9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서울고검 김광준(51) 검사를 구속수감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도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영장이 발부된 직후 "검찰총장으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면서 "국민들께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마음 깊이 사죄를 드린다"고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한 총장은 "향후 특임검사가 성역없이 철저히 수사할 것이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 감찰 시스템을 점검해 환골탈태의 자세로 전면적이고 강력한 감찰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