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하늘나라에서 환하게 웃고 계실 겁니다."
부친의 장례식 때 받은 조의금을 장학금으로 기부한 유족이 있어 화제다.
김홍도(54) ㈜일광 대표이사와 모친 김해생(77'여) 씨, 누나 정애(56'여) 씨, 동생 경도(52'대명교통 대표이사)'임도(50'생활온천 대표이사) 씨 등은 19일 오후 대구 달서구청을 찾아 곽대훈 구청장(달서인재육성재단 이사장)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김홍도 대표는 이달 13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만규 씨의 장남으로, 장례식 때 들어온 조의금 중 장례식비를 제외한 5천만원을 달서인재육성재단에 기부하기로 가족과 뜻을 모았다.
달서인재육성재단은 달서구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 자녀들 중 재능을 가진 학생을 발굴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김 대표의 부모는 결혼한 뒤 집에서 키운 콩나물을 서문시장에 내다 팔아 번 돈으로 살림을 꾸리기 시작했다. 3남 1녀를 키워내기에 빠듯한 생활이었지만 어렵게 모은 돈으로 겨우 전업사를 차렸다. 가게는 서문시장에 있었지만 김 씨 가족은 달서구에서 60여 년을 살아온 만큼 지역에 대한 애착이 크다.
김 대표는 "철없던 시절 서문시장에 있던 가게에서 외가가 있던 진천동까지 가려고 받은 왕복 버스비 10원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데 다 쓰고 외가까지 걸어갔던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진천동에서 목욕탕 사업을 시작하려고 땅을 팠는데 온천공이 발견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뜻하지 않은 온천 사업으로 번성하기 시작해 점차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시장 내 전업사는 성서공단에서 중소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다국적 기업의 진출과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백열전구를 원하는 아날로그 시장을 공략해 성공했다.
지병으로 앓아 누운 상태에서도 부친은 "지역사회를 위해 가진 것을 나눠야 한다. 어려운 가정에서 성장한 자녀들도 재능을 키울 기회를 얻어야 국가가 발전한다"며 나눔을 강조했다고 한다.
지인들에게 거의 알리지 않고 조촐하게 진행된 부친의 장례식이었지만 고인을 기리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조의금이 모였다. 조의금을 두고 고민하던 김 씨와 가족들은 생전 부친의 뜻을 받들기로 했다. 기부는 가족 가운데 누구 하나 반대하는 이 없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특히 모친은 "뜻깊게 쓰이는 돈이니 시일을 늦추지 말고 기탁해 필요한 곳에 바로 쓸 수 있게 하자"고 나섰다.
김 대표와 가족들은 "고인의 뜻을 받들어 다양하고 우수한 재능을 가진 달서구 학생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장학금이 좋은 일에 쓰이길 바란다"며 "기부문화가 확산돼 뜻깊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보람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곽대훈 달서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은 "장학금 기부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지역 인재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준 김 대표 가족에게 감사하다"며 "지역 인재의 재능을 개발하고 육성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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