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2015년부터 '중앙로 차 없는 거리' 시행에 들어갈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광장문화를 조성하고, 대구에 활력을 불어넣는 열린 공간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변 상인들은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이후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상권이 죽고 있는데, 차 없는 거리까지 지정한다는 것은 장사하지 말라는 이야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생존권과 거리문화향유권 충돌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대구시 중구 북성로의 '읍성 상징거리 조성사업'과 관련해서도 중구청과 북성로 상인 간에 이견이 만만치 않다. 한쪽은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한데 무슨 놈의 문화고 예술이고 역사냐!"라며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한쪽은 "당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대구의 역사와 거리문화를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말과 휴일이면 정체로 북새통인 중앙로는 끔찍하고, 사람과 차가 뒤죽박죽이어서 역사와 문화를 읽을 수 없는 북성로는 안타깝다. 그렇다고 장사가 안 돼 상인이 떠나고 빈 점포가 늘어난다면 그야말로 역사와 문화는 헛일일 것이다. 역사와 문화는 과거의 기록뿐만 아니라 지금도 거기 사람과 문화가 있을 때 더 빛을 발한다.
제아무리 농사 8단이라도 한겨울 꽁꽁 언 땅에서 씨앗을 싹트게 할 수는 없다. 농사는 해와 달, 비바람과 흙의 도움으로 짓는다. 사람은 거기에 힘을 보탤 뿐이다. 사람의 손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지만, 사람의 손만으로는 불가능한 것이 또한 농사다. 차 없는 거리와 읍성 상징거리 사업을 농사에 견준다면 주변 상인들은 해와 비라고 할 수 있고, 두 사업의 추진하는 관청은 농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인들의 생존권과 시민들의 거리문화 향유권은 양립하기 어려운 명제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은 합당한 권리이고, 다른 쪽은 소멸되어야 할 잘못이 아니다. 양쪽 모두 옳기에 어느 한쪽도 소멸할 수 없는 이 이율배반적인 명제에서 해답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천지자연과 농부가 함께 농사를 짓는 법이고, 대구시민이 함께 사는 길이다.
중앙로와 북성로의 변화를 거부하자면, 지금의 중앙로와 북성로가 최선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거리모델을 제시하려는 쪽에서는 상인들이 당장의 손해를 감내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농부는 언 땅에 곡괭이질 하지 말아야 하고, 하늘은 씨뿌리는 데 서리 내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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