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낙제점 군 의료체계 당장 개선을

군대의 전투력은 병력이나 화기(火器)의 양이나 질적 수준뿐만 아니라 전투 중 부상 등 각종 임무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투력 손실을 신속하게 보충할 수 있는 야전 의료체계의 효율성에도 좌우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 군의 의료체계는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만성적인 군의관 부족에다 긴급 후송 헬기도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군대에 귀한 자식을 보내놓고 있는 부모의 마음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자료에 따르면 올 10월 현재 전체 군의관 2470명 가운데 장기 군의관은 115명(4.5%)뿐이다. 또 장기 군의관 상당수도 관리직 등이어서 실제 임상 군의관은 장기 군의관의 40%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방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5년간 민간계약직 의사 15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지금까지 근무 인력은 30명뿐이다.

긴급 후송체계는 더욱 한심한 수준이다. 의료장비를 갖춘 의무후송 전용헬기는 단 1대도 없다. 국회로부터 도입 타당성은 인정받았지만 2013년 책정된 예산은 연구용역비 2억 원뿐이다. 의무 후송이 필요할 경우 긴급용 대기 헬기 21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의료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아 후송 도중 부상자의 상태가 심각해져도 속수무책이다.

이런 의료체계는 장병들에게 죽거나 신체장애가 되지 않으려면 알아서 다치지 말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이는 국가의 책무와 존재의미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자아내게 한다. 국민 특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꽃다운 젊음을 바치는 장병들의 건강과 생명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는 국가로서 존립 자격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국가에 누가 젊음을 바치려 하며, 어느 부모가 그런 군대에 자식을 보내려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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