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릉도를 가다] <하> 울릉도의 부속섬

울릉도를 더 빛나게…

안에서 보는 풍경은 울릉도의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은 바다에서 바라본 울릉도다. 울릉도 본섬의 기암절벽이 만드는 각양각색의 형상과 주위에 홀로 떠있는 섬들을 마주하는 것은 울릉도의 또 다른 매력이다. 섬을 둘러싸고 발달된 해안절애, 성냥개비를 포개 세워놓은 듯한 주상절리 해안에서는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해식애 해식동굴까지…. 섬 자체가 인간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자연의 작품이다. 바다 위로는 기암절벽인 공암과 삼선암, 관음도가 차례로 들고 난다. 울릉도에 있으면 어디서든지 자꾸만 바다로 시선이 옮겨 가는 이유다.

◆사람 왼쪽 발바닥 모양 관음도

울릉도는 44개의 부속섬을 가지고 있다. 그중 관음도와 죽도, 그리고 독도가 가장 큰 섬이다. 일명 깍새섬으로 불리는 관음도는 경치가 하도 좋아 관세음보살이 쉬어 간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울릉군 저동항에서 북동쪽으로 5㎞ 해상에 자리하고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다. 형태가 사람의 왼쪽 발바닥 모양과 비슷하다.

지난 7월 울릉도와 부속섬인 관음도를 잇는 140m 길이의 보행전용 현수교가 개통돼 굳이 배를 타지 않고도 입도가 가능하다. 처음부터 가파른 계단이 사람들의 기운을 쏙 빼놓지만 올라서면 휘파람소리가 저절로 나올 만큼 수월한 평지 길이 이어진다. 동백나무'참억새'부지깽이'쑥 등이 자생하는 야생식물의 천국이다. 아래로는 관음쌍굴이라고 하는 높이 14m의 해식동굴 2개가 있다. 동굴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면 장수한다는 설이 전해진다.

관음도 자체가 울릉도 3대 절경의 하나인데다 나머지 비경인 죽도, 삼선암을 지척에서 구경할 수 있다. 울릉도 3대 비경을 한번에 세트로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잘 정비된 전망대에서 동해바다를 바라보니 절경이 따로 없다. 바람 없는 바다 위에 떠있는 배는 한 점으로 보인다. 바다는 코발트블루 빛깔이다. 스릴도 있다. 잔잔한 해수면에 마음을 놓을 순 없다. 또 언제 '우르렁 쿵쾅' 진노할지 모른다. 다양성을 갖춘 변화무쌍한 바다이기에 더욱 신비하다.

죽도는 울릉도 44개 부속섬 가운데 가장 큰 섬이자 유일한 유인도이다. 해안은 온통 수직 절벽으로 둘러싸인 반면, 위쪽은 넓은 평지가 형성돼 있다. 워낙 경사가 심해서 선착장과 해발 100m 높이의 정상 사이를 오르내리려면 365개의 계단이 720도로 회전하는 나선형 계단을 지나야 한다. 죽도의 상징인 대숲은 나선형 계단이 끝날 즈음부터 시작된다. 사람 키보다 더 큰 섬조릿대가 길 양쪽에 빼곡하게 들어차서 멋진 숲 터널을 이룬다. 바닷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대숲이 사각대며 흔들린다. 호젓하기도 쓸쓸하기도 그윽하기도 하다.

◆독도(獨島)는 외롭지 않다

동해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섬인 독도. 동해에 얼굴을 씻은 태양이 제일 먼저 아침을 여는 곳이다. 이름만으로 가슴이 뭉클해진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의 뱃길은 약 2시간. 그야말로 노랫말처럼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다. 독도 방문은 결코 쉽지 않다. 울릉도를 찾았다 하더라도 모두 독도에 발을 내딛지는 못한다. 365일 중 독도를 관람할 수 있는 날은 극히 드물다. 설령 배를 띄웠다고 해도 파도가 조금만 높으면 배를 댈 수가 없다. 상당수 관광객들은 유람선에서 독도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설사 날씨가 좋아 독도에 상륙하더라도 선착장 주변에서 20~30분 머물다 돌아와야 한다. 다행히 문화재청과 울릉군청의 협조로 행정선을 이용해 독도에 상륙한 후 2시간 넘게 머물 수 있었다.

독도에 가까워지자 동해의 절경이 먼저 마중을 나온다. 아찔한 절벽이 물속으로 풍덩 떨어져 수직으로 박혀 있고 병풍처럼 깎아지른 절벽에 파도가 하얗게 부서진다. 동도의 독립문바위와 서도의 탕건봉을 비롯해 부속 암초들이 기기묘묘한 형상을 하고 있다. 가재바위, 지네바위, 구멍바위, 권총바위, 촛대바위, 물개바위…. 굳이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이름을 알 수 있겠다. 자연이 붙여준 이름이다.

'아, 독도여!' 선착장에 발을 내디딘 순간 가슴속에서 외마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감상도 잠시, 동도의 접안 시설에 내리자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가파른 계단이 나타난다. 섬 정상까지 총 333개의 계단으로 이어지는 작은 등산로가 펼쳐진다. '독도 이사부길'로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100년간 사용해왔던 지번 주소 대신 새로 부여된 이름이다.

워낙 가팔라 이내 숨이 헐떡거린다. 비탈이 많은 울릉도의 부속섬답다. 섬의 중턱에서부터 위쪽으로 군데군데 나 있는 이름 모를 풀과 나무들도 모진 해풍을 견디고 있다. 20여 분쯤 됐을까. 이사부길 55번의 주소를 새긴 독도경비대가 나타난다. 건물 앞 빨간 우체통이 생뚱맞다. 그 위로 바위에 새겨진 '한국령'(韓國領)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삽살개 한 마리가 킁킁거리며 반긴다. 독도 지킴이다.

동도 정상. 헬기장 바로 옆에는 거의 수직으로 바다 밑까지 향해 있는 분화구가 자리를 잡고 있다.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보다는 훨씬 작은 분화구이지만 바다 밑까지 뚫려 있다. 동도와 서도 사이에 있는 삼형제굴과 천장굴은 해식동굴의 전형으로 분화구가 바다와 연결돼 바닷물이 들락거린다.

동도에서 내려다보이는 서도의 풍광도 눈부시다. 독도의 또 다른 명물인 독립문바위와 한반도바위, 촛대바위 등과 어울려 유난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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