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사장이 자갈밭으로…' 경주 대왕암 해변 사라진다

해변 폭 매년 줄어…주민-한수원 원인 공방

국내 유일의 수중왕릉으로 이름 높은 경주의 문무대왕릉 앞 해변(양북면 봉길리)이 사라지고 있다.

파도 침식으로 인해 깍여 나간 모래 탓에 해변이 줄어듦과 동시에 모래사장이던 곳이 자갈밭으로 변해버린 탓이다.

주민들은 이에 대해 인근에 월성원전이 건립되면서 해안선이 변화돼 문화재 및 관광자원 훼손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 측은 태풍 등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맞서고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09년 12월 조사한 '봉길리 주변 해안 해양관측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평균 59.04m였던 해변의 길이는 2008년 58.64m, 2009년 57.41m 등 매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해변의 기울기는 4도에서 4.03도, 4.13도로 늘어나 해변 폭은 줄어들고 경사는 점점 가팔라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변의 성분 역시 과거 모래사장 일색이었던 곳이 현재는 눈으로 보기에도 자갈만 가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민들은 이 같은 결과가 월성원전과 신월성원전의 건립으로 바다가 일부 매립되고 방파제 등이 세워지면서 해안 침식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라며 원전 측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김남용(53) 봉길리 어촌계장은 "과거 이곳은 길이 약 3km에 100m가 넘는 해변 폭으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던 경주지역 대표해수욕장었지만 지금은 관광객이 찾지 않는 몰락한 해수욕장이 돼 버렸다"며 "자연 생태계를 그대로 뒀다면 왜 변화가 일어났겠는가. 월성원전이 책임지고 해수욕장을 원래대로 복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원전 측은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월성원전 이규찬 홍보팀장은 "여러 차례 용역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해변 침식은 계절별로 일어나는 일시적 현상이며 인위적인 대책은 불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며 "주민들의 생각과는 달리 원전의 영향은 없거나 아예 미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책임 소재가 판단되더라도 한 번 일어난 해변 침식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무대왕릉 주변 500m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까닭에 인위적인 시설 설립 및 시공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경주시 해양수산과 윤창호 계장은 "해변 유실의 정도는 우리도 인지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꾸준히 변화를 주시하고 있는 중이다"면서도 "문제가 분명하지만 문화재보호구역 안이라 아무런 대책을 취할 수 없다. 중앙부처가 나서 함께 사태 해결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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