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토빈세, 필요하지만 신중하게 추진해야

'핫머니'(투기성 외화자금)로 인한 금융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 등 야당의원 26명이 '토빈세법'(외국환거래세법)을 발의했다. 토빈세(Tobin tax)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예일대 교수가 1972년 처음 제안한 것으로 투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일일 환율변동폭이 3% 이하일 때는 0.02%, 3% 초과 때에는 10~30%의 거래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시장은 완전 개방됐다. 그 결과 우리 금융시장은 '세계의 ATM(현금자동입출금기)'로 불릴 정도로 변동성이 커졌다. 이 때문에 토빈세 도입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외화자금의 투기성 거래에 세금을 매기면 핫머니의 운동성을 둔화시킬 수 있고 따라서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성도 그만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다는 '선의의 함정'에 걸려들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출과 이로 인한 국내 금융시장의 위축 등 토빈세 도입이 가져올 역효과가 토빈세 도입으로 얻을 이익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자칫 국제금융계에서 한국은 '왕따'가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토빈세 도입은 잘못 쓰면 독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토빈세 도입은 세계 주요국가들이 합의를 봤을 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토빈세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는 브라질이 유일하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그런 합의가 마련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하다. 토빈세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EU(유럽연합)도 27개 회원국 중 독일, 프랑스 등 11개국만 찬성하고 있을 뿐 아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다. 토빈세 도입은 빠른 것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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