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교육청 관계자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대구가 학교 폭력의 온상으로 비치는 것이다. 지난해 말, 대구의 한 중학생이 오랫동안 학교 폭력에 시달렸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삶을 마감한 뒤, 지금까지 모두 11명의 대구 학생이 잇따라 자살했다. 그때마다 언론이 '또 대구'라는 말을 붙이면서 보도해 실상보다는 더 심각하게 나타나 오명을 썼다고 했다. 우동기 교육감은 "학생의 죽음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실제 학교 폭력의 빈도는 대구가 전국 중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제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만 따른다면 이 말은 맞다. 8~10월 전국 초교 4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전수 조사한 결과 대구의 학교 폭력 피해율은 4.73%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다. 8.48%인 전국 평균은 물론, 5위인 광주의 9.73%의 반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시도 교육청별 학교폭력 가해자'피해자 조치현황'에 따르면 이와 조금 다르다. 올해 1학기 가해학생 통계에서 대구가 학생 10만 명당 595명으로 가장 많았다. 둘 다 교과부 조사결과이니 믿을만하다고 본다면, 대구교육청과 학교가 학교 폭력 추방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1학기 때의 가해학생 숫자 1위가 2학기 때 피해율 최저로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최저 피해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교과부의 2차 실태조사에서 대구의 대상 학생은 28만 4천308명이며 이 중 86.8%인 24만 6천311명이 응답했다. 여기에 4.73%를 대입해보면 아직도 1만 명이 넘는 학생이 학교 폭력에 신음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피해율이 낮다는 것은 교육청끼리 비교해 순위로 희비 쌍곡선을 그리는 그들만의 통계상 이야기일 뿐이다.
취모구자(吹毛求疵)라는 말이 있다. '한비자'의 '대체(大體)' 편에 나오는 것으로 털을 불어가며 잘못을 찾는다는 뜻이다. 원문은 '털을 불어 작은 흠을 찾아내려 하지 않고, 때를 씻어서 알기 어려운 것을 살피려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나라를 다스림에 법 이상으로 엄하게, 혹은 법 이하로 가볍게 다루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학교 폭력은 '취모구자'해 뿌리 뽑아야 한다. 0.1%라 해도 그 비율이 낮음을 자랑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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