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감정 상한 文·安… 단일화돼도 걱정

단일화 방식 협상 결렬…내용 공개싸고 비난전, 협상 재개 입장차 못좁혀

문재인, 안철수 대선 후보 간 후보 단일화 협상이 20일 엇박자를 내면서 밤샘 협상이 결렬됐다. 양측은 21일 오전부터 협상테이블에 다시 앉았으나 입장 차를 좀체 좁히지 못하고 있어 양 후보가 약속한 후보등록일(11월 25, 26일) 이전 단일후보 선정을 위한 시간적 여유도 없어 파행을 겪고 있다.

'아름다운 단일화'를 통해 국민적 감동을 주겠다던 당초 약속과는 정반대로 단일화 협상이 점점 양측의 골만 쌓이는 결과만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단일후보가 선정되더라도 양측 지지층이 제대로 연대할 수 있겠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양측의 감정싸움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언론플레이에서부터 촉발됐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측에 대해 "대외적으로 밝힌 것과 달리 협상장에서는 '통 큰 양보'는 없었다"며 언론에 슬쩍 흘렸다. 이에 문 후보 측도 "안 후보 측이 협상내용을 비공식적으로 흘리는 언론플레이를 통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고 맞받으면서 안 후보 측과 협의 없이 20일 협상 내용을 두 차례나 공개하는 등 감정싸움에 돌입했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날 저녁 영등포 당사 브리핑에서 "양측 협상팀이 여론조사 설문 문항을 집중 논의하면서 수정안까지 제시됐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양측 입장을 소개했다. 안 후보 측과 협의하지 않은 브리핑이었다. 이어 우 단장은 "어제와 오늘 사이 양 캠프가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 중심으로 언론에 알려 국민이 혼란스러울까봐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 측이 전날 협상 상황을 언론에 흘리는 바람에 그날 언론에 문 후보가 안 후보 측의 단일화 방식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해놓고는 마치 양보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보도된 데 대한 '분풀이성' 브리핑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당장 안 후보 측의 반발이 나왔다. 우 공보단장은 물론 문 후보의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우 단장은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자의적으로 발표했다"며 "우 단장의 잘못된 행동의 책임은 본인은 물론 문 후보 캠프에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안 후보가 이달 18일 발표한 '새정치 공동선언문'에서 "상호 존중과 연대의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 연대를 이루겠다"고 약속한 것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치평론가들은 "양측이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에서 막판 단일후보를 내더라도 양 지지층의 제대로 된 연대가 가능할지 우려스럽다"며 "오히려 상대방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돕는 수(手)를 둘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야권 내부에서도 문'안 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양측이 함께 선거운동이나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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