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참여한 텔레비전 토론회가 싱겁게 마무리됐다. 치열한 공방전은 전개되지 않았다. 상대 후보에 대한 날 선 공세도 없었다.
두 후보는 21일 오후 11시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100분 동안 토론회를 벌였다. 이날 토론회는 공중파 3사가 생중계했다.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방식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를 두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과정에서 몇 차례 언성이 높아졌을 뿐, 대부분의 토론시간은 '친선경기'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후보는 상대후보의 정책공약에 대한 이견을 격식을 갖춰 표출했으며 전력문제를 언급할 때도 금도를 넘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이날 두 후보의 토론을 두고 잘 구성된 '맞춰겨루기'(약속대련) 같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준비한 내용에서 벗어난 질문으로 공격받지 않았고 상대후보에 대한 공격 강도도 높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두 후보는 상대 후보의 약점을 공략하는 질문을 던진 뒤 후속 질의와 공세를 추가하지 않아 토론회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그림'이 만들어지진 않았다"며 "텔레비전 토론회로 인한 지지세 확산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분석의 배경에는 두 후보 간 텔레비전 토론회가 이미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신선함이 다소 떨어진데다 양 진영이 새정치공동선언문 문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주요 정책공약의 상당 부분을 절충한 상황이어서 두 후보 간 차별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 후보 진영의 한 관계자는 "두 후보의 텔레비전 토론회는 언제 열려도 열릴 예정이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라며 "텔레비전 토론회의 내용과 형식에 국민들이 예상치 못한 반전을 담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 중앙당 폐지 및 축소,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등의 내용을 다룬 정치 분야와 재벌개혁 방식을 언급한 경제 분야 질의'응답시간을 제외하곤 대체로 큰 차이가 없는 정책공약 관련 발언을 이어갔으며 쟁점현안에 대한 이견 역시 크게 부각하지 않았다.
더불어 두 후보가 후보단일화 이후를 염두에 두고 상대 후보에 대한 흠집 내기를 전혀 시도하지 않으면서 팽팽한 긴장감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청와대 재직시절 참여정부의 실정에 대해 단발적인 지적을 하는데 그쳤으며 문 후보 역시 안 후보의 국정경험 부족에 대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안형환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22일 논평을 통해 "이번 토론은 밋밋하고 답답했다"며 "상식적인 얘기와 모호한 질문'응답이 오갔을 뿐 아직 대통령 후보로서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안 대변인은 "정치쇄신 등 관심사보다 단일화 방법'과정을 놓고 자신들만의 얘기를 하거나 티격태격하는 모습만 보여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며 "자신들이 발표한 새정치공동선언의 의원 정수와 관련해 다른 소리를 하는 모습은 단일화 과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정치권 관계자들은 토론회에 대한 적응 측면에선 문 후보가, 색다른 형태의 의사소통 방식을 소개했다는 점에선 안 후보가 점수를 더 딴 것으로 평가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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