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한국여자와 골프

한국 낭자들이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올 시즌 투어를 휩쓸었다. 최나연이 지난 19일 끝난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우승하며 '빅 피날레'의 주인공이 되었다.

지난 7월 US여자오픈 우승에 이어 상금이 가장 많은 두 대회를 석권한 최나연은 "더 좋은 집을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영어로 조크를 하는 여유를 부렸다. 애티가 나는 가냘픈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저력이 나오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드라이버를 멀리 칠 때마다 최나연의 캐디는 '김치 파워'라고 외쳤다는데, 정말 어머니가 마련한 김치를 먹은 때문에 그런 힘이 생긴 것일까. 이번 대회에서 최나연과 우승 경쟁을 벌인 선수 또한 올해 투어 신인왕이 된 유소연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박인비는 올 시즌 상금과 베어 트로피(최저타수상)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해 2관왕에 등극했다. 한국 선수가 LPGA 투어 상금왕에 오른 것은 신지애(2009년), 최나연(2010년)에 이어 박인비가 세 번째이다. 베어 트로피는 박세리(2003년), 박지은(2004년), 최나연(2010년)에 이어 박인비가 네 번째 한국인 수상자이다.

LPGA 투어가 한국 낭자들의 독무대가 된 것이다. 골프라는 스포츠 자체가 대중에게는 생경하기만 했던 10~20년 전에만 해도 이 같은 쾌거를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한국 여자들은 왜 이렇게 골프를 잘 칠까. 한국 여자골퍼들이 이처럼 세계 정상의 무대를 휩쓸고 있는 것은 한국 부모들만의 특별한 교육열이 작용한 것이라는 외국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골프 대디' '골프 마미'로 불리는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와 선수 자신의 피눈물 나는 연습과 헝그리 정신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좀 부족한 느낌이다.

아프리카 선수들이 육상을 잘하는 것처럼 한국여자들도 골프를 잘하는 유전적인 자질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인의 젓가락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바느질이 뛰어난 한국 여성들은 손 감각이 섬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골프는 멘탈게임이다. 김칫독에서 김치가 익어가듯 기다림과 인고의 세월을 지내온 우리네 할머니, 어머니들의 승화된 삶의 유전인자를 물려받고, 그렇게 숙성된 음식을 먹고 자란 이 땅의 딸들이 골프를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