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의 재발견] 밤과 낮의 두 얼굴

수학여행 추억 찾아왔다 달빛기행 추억 한가득

경주는 두 얼굴을 하고 있다. 낮에는 수수한 모습으로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국내외 관광객을 맞아들인다. 하지만 밤이 되면 또 다른 모습으로 피어난다. 유적지에 은은한 조명이 켜지면 수천 년 동안 품어온 속살을 조금씩 드러낸다. 그 모습에 반해 경주를 찾는 사람들은 밤늦도록 잠들지 못하고 있다.

경주는 2천 년 역사의 도시며 신라 천년의 수도인 고도(古都)다. 특히 대구경북사람들에게는 고향처럼 익숙하고 편안한 곳이다. 경주는 철부지 시절로 돌아가게 해주는 '타임머신'이다. 40대 이후의 중년이라면 누구나 경주에 대한 추억이 있다. 최고의 수학여행지로 주목받으면서 첨성대와 불국사, 석가탑, 다보탑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찍은 빛바랜 사진 한 장쯤은 가지고 있다. 경주시는 이러한 '옛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추억의 수학여행 이벤트'는 초'중'고교 동창회를 중심으로 중년의 단체여행객들에게 교복과 설탕맛 나는 사이다, 그리고 도시락을 제공하면서 청소년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1박 2일 일정인 이 프로그램에는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첫날 신라문화체험장에서 국악 공연을 감상하고 교복으로 갈아입고 대릉원'첨성대'불국사 코스를 둘러본다. 이튿날에는 감포권 및 시내 문화유적지, 양동마을, 남산 등을 선택해서 돌아본다. 한 바퀴 유적지를 돌고 나면 소풍 기분을 내는 시간이다. 남학생들은 학창 시절로 되돌아가 편을 짜 닭싸움을 벌이거나 말타기를 한다. 여학생들도 편을 갈라 응원전을 펼친다. 한바탕 놀이가 끝나면 잔디밭에 빙 둘러앉아 가방에서 삶은 달걀과 사이다를 꺼낸다, 어른 학생들은 대부분 사이다병에 든 소주를 즐긴다.

머리가 희끗한 어른들이 교복으로 갈아입고 경주의 문화유적지를 도는 모습은 정작 본인들에게도 즐거운 추억이지만 다른 여행객들에게도 구경거리다. 1박 2일 동안 문화관광해설사와 진행요원이 동행해 단체여행객들은 편안하게 경주 1박 2일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문의는 신라문화원 054)774-1950.

경주는 세계 역사상 실크로드의 기착지이자 종착지로 주목받고 있다. 시 전역에 걸쳐 31개의 국보와 82개의 보물이 있다. 사적 및 고찰이 78개 등 212개의 국가지정문화재를 품고 있다. '삼국유사'에서는 경주를 '사사성장 탑탑안행'(寺寺星張 塔塔雁行)이라고 했다. 즉, '절은 하늘의 별만큼 많고, 탑은 기러기가 줄지어 서 있는 듯하다'고 묘사했다.

◆밤이 아름다워

경주의 밤이 북적대고 있다. 7년째 '달빛 신라역사기행'을 실시하면서 경주의 매력을 되살리고 있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과 관광객들은 야경이 아름다운 경주의 참멋을 체험하고 있다. '밤이 아름다운 경주'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라문화원 주관으로 열리고 있는 '달빛 신라역사기행'은 2003년 경상북도에서 '머무는 관광'으로 선정해 전국적인 상품으로 발전했다. 2006년부터 경주시가 후원하면서 규모가 확대돼 외국인 관광객, 수학여행단, 단체여행객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달빛기행을 실시해 국내 대표적인 야간관광 상품으로 정착했다.

신라달빛역사기행은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마다 열린다. 오후 3시부터 시작하는 달빛기행은 첨성대와 선덕대왕릉을 지나 서악서당에서 국악공연, 태종무열왕릉의 왕릉행렬, 첨성대의 내부와 구조를 둘러본다. 문화해설사의 맛깔스러운 설명이 곁들여진다. 백등에 소원을 적어 불을 밝힌 후 탑돌이를 하면서 소원을 빌기도 하고 고택이나 유적지로 자리를 옮겨 국악 공연을 감상한다. 감자 구워먹기, 천체 관측 등 한바탕 놀 수 있는 체험형 잔치마당도 펼친다. 안압지와 첨성대에서 백등에 불을 밝혀 일렬로 걷는 장관이 펼쳐져 경주를 찾은 관광객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 행사에는 매년 6천여 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참가하고 있다.

올해는 4월 21일 개막해 지난달 20일 마지막 행사를 했다. 마지막 행사 때는 경기도 원어민 강사 130여 명과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에 참가한 500여 명이 함께 했다. 신라달빛기행은 지난해 '한국관광의 별'(프론티어)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경주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경사모)은 2000년부터 '신라의 달밤 165리 걷기대회'를 열고 있다. 달 밝은 밤에 경주 일대를 함께 걸으면서 천년의 역사를 지닌 신라의 숨결을 느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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