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시에서 206㎞ 떨어진 허베이(河北)성 청더(承德)시 피서산장(避暑山庄)을 찾았다. 피서산장 가는 길 저 멀리서는 만리장성이 끊어질 듯 이어지고 좌우로는 나무가 듬성듬성한 돌산의 기묘한 형상이 이채로웠다.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3시간여 달렸을까. 청더시 중심가에는 강물이 흐르고 아파트 조성 등 건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피서산장은 1702년 청나라 강희제가 착공해 1790년 그의 손자인 건륭제 때 완공한 황제들의 이궁이다. 피서산장이 자리 잡은 청더는 박지원이 지은 열하일기(熱河日記)의 주 무대로 우리에게는 '열하'라고 알려진 곳이다. 그래서 열하행궁(熱河行宮), 승덕이궁(承德離宮)이라 불린다. 피서산장은 그 면적이 564만㎡로 베이징 이화원의 2배 크기이며 중국의 현존하는 최대 규모의 궁궐 동산이다.
피서산장은 궁전구(宮殿區), 수호구(水湖區), 평원구(平原區), 산구(山區) 등으로 나뉘며 각 구역 안에는 중국 동서남북의 자연과 종교, 문화가 이루는 풍경들을 모방하여 치밀하게 배치해 놓았다. 예컨대 수호구에는 강남(江南) 지방의 물과 산이 이루는 경치를 본떠 호수와 다리, 섬과 정자를 배치함으로써 수향(水鄕) 강남의 축소된 형태를 만들어 놓았고, 평원구의 만수원(萬樹園)에는 몽골의 초원지역을 본떠 사슴을 방목하는 목장을 조성해 놓았다. 그리고 산구에는 동북지역의 삼림지대를 모방해서 수렵지역을 만들어 놓았다. 또 베이징의 팔대묘(八大廟)에 대응하는 베이징 밖의 사묘로 외팔묘(外八廟)를 건축해 몽골과 티베트, 위구르의 건축양식을 채용함으로써 종교를 통해 외곽 민족을 위무하고 포용하는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티베트 라싸의 포탈라궁을 3분의 1로 축소해 만든 화려한 황금색의 보타종승지묘(普陀宗乘之廟'소포탈라궁)는 마치 티베트 라싸의 포탈라궁에 온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마침 이곳을 찾았을 때 휘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소포탈라궁의 꼭대기에 오르자 750㎏의 황금종이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는 듯했다. 물론 도금으로 만들었지만.
라마교 사원으로 눈길을 끄는 푸닝스(普寧寺)에는 높이 22m의 세계 최대 금칠목조불이 263년 동안 원형으로 보존돼 있다. 천수천안불(千手千眼佛)로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푸러스(普樂寺) 대웅전에는 섹스의 오르가슴에 도달한 환희불을 조상으로 모시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해괴했다. 그곳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거대한 남근 모양의 봉추산(棒槌山)을 줄지어 찾는 중국 사람들의 모습도 유별스러워 보였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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