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시대 호황 업종] 점집'타로점집

연애운 묻던 젊은여성들 이젠 '취업 운세' 부쩍

경기 불황의 그늘이 깊어가면서 '운세'를 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운세 속에서라도 희망을 찾고 위안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취업난 등으로 미래가 불안한 젊은이들이 불안감을 떨치고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 점집이나 사주카페 등에 몰리고 있다.

◆불황 속에 점집 찾는 사람 늘어

아침 도시철도 출근길, 신문에 게재돼 있는 '오늘의 운세'와 '재물운' 코너를 살펴보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직장 초년생 P(28) 씨는 "경제 위기에 진입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늘 가슴이 답답하다"면서 "운세라도 좋으면 그나마 하루가 편안하다"고 쓴웃음을 내보였다.

이달 16일 대구 중구 달성공원 앞 역술인의 집을 찾은 K(45'여) 씨는 "올 9월 운영하던 옷가게가 임대료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았다"며 "마냥 쉴 수만 없어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으나 마땅한 아이템이 떠오르지 않아 점집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K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무엇을 해도 잘 안 될 것이라며 주위에서 말리고 있지만 그래도 점집에 오면 혹시 좋은 답이라도 나올까 해서 왔다"고 했다.

L(48'여) 씨 역시 "남편이 다니고 있는 직장이 경기 침체 여파로 구조조정을 할 예정이다. 남편이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점집을 찾았다"고 했다. 또 다른 L(53'여) 씨는 "아들이 언제쯤 취업을 할지 알아보러 왔다"면서 불안감을 나타냈다.

무속인 H씨는 "연초에 사주나 운세를 보러 오는 손님들이 많지만 최근에는 자식이 졸업을 앞두고 있는 어머니나 취업 준비 중인 젊은이들이 취업과 관련한 점을 보러 많이 온다"고 말했다.

반면 철학관은 손님이 뜸한 편이다. 경기가 좋아야 사업 택일을 잡고, 이름을 짓는 등 문의하는 사람이 많은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것. C씨는 "불경기라 손님이 뚝 끊겨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타로점집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20, 30대 여성들이 진로 문제 등 현실적인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타로점집을 찾고 있는 것.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A(28'여) 씨는 "경기 불황으로 취업은 더 하기 힘들고 시험 경쟁률은 해마다 높아져서 불안해 타로점집을 찾았다"며 "때로는 점보는 분이 공부 운이 없다고 하면 팔자려니 하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대구 동성로 타로점집 이수화 타로마스터는 "예전에는 주로 연애운을 상담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취업이나 직장문제를 상담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많다"고 했다.

◆팔공산 갓바위도 붐벼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갓바위'. 이런 영험 때문에 갓바위는 경상도는 물론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이달 10일 수능이 끝났는데도 갓바위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소원을 빌기 위해서이다. 갓바위 부처는 약사여래불이다. 약사불은 불교에서 병을 고치는 치병의 부처다. 오늘날 갓바위 부처는 치병뿐 아니라 어떤 소원이든 정성을 다해서 빌면 그 중 하나는 성취시켜 주는 만능의 부처가 되어 있다.

산행에 숨이 가쁜 기도객들은 서둘러 시줏돈을 내거나 정성스레 들고 온 공양미를 불전 앞에 쏟아내고 가만히 자리를 잡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옷깃을 여미고 기도와 함께 108배를 시작한다.

두 손을 합장한 채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절하는 기도객들의 얼굴에는 간절함을 넘어 비장함까지 엿보인다. 108배는 기본인 듯하고 108배를 끝낸 기도객들은 다소곳이 앉아 눈을 감은 채 부지런히 염주알을 굴린다. 가히 돌부처의 마음을 움직이고도 남을 듯한 정성이다.

부산에서 왔다는 S(59) 씨는 "장사가 요즘 영 신통치 않아 마음도 다잡을 겸 찾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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