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위암 판정을 받은 구순의 할머니가 투병생활 가운데서도 아파트 단지 노인정에서 나눔에 열정적으로 나서고 있어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대구 북구 구암동 그린빌 4단지에 거주하는 배필행(94) 할머니.
배 할머니는 수술이냐 약물치료냐를 놓고 고민하던 중에 고령인 만큼 위암의 진행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판단한 주치의가 약물치료를 권했고, 가족들도 주치의의 의사를 따랐다. 지금까지 정기적인 진료와 약물치료로 별탈 없이 건강한 모습을 유지해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위암인 걸 모른 채 일주일에 두 번씩 서는 이동가게 장날에 각종 먹을거리를 준비해 노인정 어르신들에게 나눔을 베풀고 있다.
지난해 이 아파트단지에 입주한 주민 중에 101세 할머니 한 분이 노인정에 오신 이후 하루는 느닷없이 중국음식이 배달돼 깜짝 놀라 사정을 알아보니 배 할머니의 막내아들이 음식을 배달시켰다는 것.
영문을 알아보니 배 할머니의 맏며느리가 시동생으로부터 안부전화가 왔을 때 100세 넘은 할머니가 노인정에 오셨다고 이야기했더니 "엄마가 2등으로 밀려났네"라며 중국음식을 경로당에 배달시켜 드리라고 부탁했다고.
또 올 여름휴가 때 막내아들이 나들이도 할 겸 자신의 사업장으로 배 할머니를 모신 일이 있었다. 이때 무턱대고 그곳의 땅값을 물으신 일이 있어 대충 시가를 말씀드렸더니 대뜸 한 평 값만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연세 드신 분이 어디에 쓸 것인지 궁금해 용도를 여쭈었지만 약속만 지키면 된다는 말씀에 현금으로 드렸다고. 그 뒤 할머니는 줄곧 노인정에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장남 백수원(62) 씨는 "100세를 앞둔 저희 어머니께서 한 번씩 엉뚱한 요청을 하십니다. 용돈이 두둑한 날이면 무조건 마음이 바쁘셔요. 노인정이 최우선이고 용돈은 죄다 노인정에 바치는 셈입니다. 출가한 누님과 여동생들이 돌아가면서 떡과 음료수를 준비해 들를 때면 어머니는 꼼짝 않고 대기하신다"고 말했다.
노인정 총무 박무길(78) 할아버지는 "자식이 주는 용돈으로 누가 꼬박꼬박 노인정에 후한 대접을 하겠습니까? 나이 드신 분이 그것도 혼자 무거운 음식을 들고 오시면 안쓰럽기도 하고, 정성에 고마울 따름"이라고 배 할머니께 고마움을 표했다.
글'사진 권영시 시민기자 kwonysi@hanmail.net
멘토: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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