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과 보낸 시간이 부모 자식 사이를 따뜻하게 변화시켰습니다."
학부모와 중고생 자녀가 짝꿍을 이뤄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단체가 있다. 주인공은 '학부모 샤프론봉사단'. 샤프론(chaperon)은 미국의 초'중'고교에서 선생님을 도와 학생들의 교외 활동을 인솔 지원하는 학부모 봉사자에서 유래된 말이다. 한국 학부모샤프론봉사단은 1995년에 만들어졌다.
이 단체는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 봉사 활동을 펼친다. 전국 700여 학교에서 학부모 15만여 명이 활동 중이다. 대구에는 77개 학교의 학부모 1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학부모와 자녀는 주말이 되면 함께 요양원을 찾아 어르신들의 친구가 돼 주거나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을 나르는 등 다양한 봉사 활동을 한다.
봉사 활동은 학부모와 자녀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공부가 유일한 대화의 소재였던 이전과 달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 요양원에서 만나 할머니와 주고받은 이야기, 봉사 활동을 통해 느낀 생각들, 그날 봉사 활동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이 대화의 소재가 된다. 데면데면했던 엄마와 아들 사이는 어느새 친구가 됐다.
학부모 여경미(43'수성구 황금동) 씨는 얼마 전 연탄 나르기 봉사를 하면서 아들과 한참 웃었다. 연탄을 한 번도 본 적 없던 아들이 연탄의 위아래를 몰라 거꾸로 연탄을 쌓았다. 칼바람이 불던 이른 아침 까만 자국을 얼굴에 묻혀가며 연탄을 옮겼던 시간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됐다. 여 씨는 "봉사 활동에서 만난 할머니, 할아버지, 어려운 이웃들의 이야기를 아들과 도란도란 나누며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며 "온실 속의 화초 같기만 하던 아들이 다른 사람을 돕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모습을 보면 대견함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며 흐뭇해했다.
여 씨의 아들 이익원(17) 군의 하루도 점점 달라지고 있다. 물에 손 한 번 묻히지 않던 아들은 식탁 위에 수저를 놓고 설거지를 돕기 시작했다. 밤이면 엄마의 발을 주물러주며 학교에서의 일들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숫기가 없던 아들은 이제는 모르는 사람과도 곧잘 어울린다. 엄마와의 봉사 활동이 아들의 작은 변화를 만들어낸 것. 이 군은 "엄마와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껄끄럽게 느껴졌었는데 봉사 활동을 하면서 엄마가 한층 편해졌다"며 "무엇보다 남을 도우면서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고 사랑받고 있는 가를 알게 됐다"고 했다.
봉사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꿈을 찾은 엄마와 아들도 있다. 고교 2년생 아들의 어머니 이현미(46'수성구 수성4가) 씨는 올 3월부터 평생대학원에서 미술을 배우고 있다. 미술치료를 하는 노인복지사가 되기 위해서다. 그는 "요양원에서 만난 어르신들을 보면서 노인 복지 부분이 많이 취약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평소 좋아했던 그림이라는 재능을 키워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노인복지사를 꿈꾸는 엄마의 가장 든든한 지원자는 아들이다. 아들도 엄마와 같은 꿈을 꾸고 있기 때문. 아들 김민석(18) 군은 실버타운 경영자가 되고 싶다. 김 군은 "샤프론을 하기 전에는 대기업에 취업해 편하게 살고 싶었지만 이제는 다르다"며 "사회복지와 경영을 함께 공부해 어머니를 실버타운에 보내드리는 것이 효도라고 불릴 만큼 좋은 실버타운을 짓고 싶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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