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車 블랙박스 영상거래 '뒤탈' 없나

인터넷 매매 사이트 등장, 사고 상황 증거로 거래…일부 사생활 침해 우려

교통사고가 났을 때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설치하는 블랙박스가 인기를 끌면서 블랙박스에 담긴 영상을 사고파는 인터넷 사이트가 등장,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기자가 블랙박스 영상을 거래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봤더니 사이트에는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구하는 코너와 블랙박스 영상을 파는 코너로 구분돼 있었다. 블랙박스 영상을 파는 코너에는 사이트 이용자가 직접 블랙박스에 찍힌 사고 영상을 올린 뒤 자신이 가격을 매기는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영상의 가격은 파일당 5만~100만원에 거래되고 있었으며 평균 가격은 30만원 선이었다. 이 사이트는 거래를 위한 영상 이외에도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 중 도로 위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사고 영상을 올리는 공간도 있었다.

사고 영상을 요청하는 '목격자를 찾습니다'와 사고 영상을 판매하는 '목격했습니다' 코너는 지역별로 검색이 가능하도록 돼 있었다. 대구지역을 검색해 본 결과, 9건의 사고 영상 요청과 1건의 판매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영상을 요청한 사람들은 최저 5만원에서 최고 100만원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불렀다. 영상을 판매하려는 경우는 1건이었는데, 30만원에 승용차와 택시와의 접촉사고가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팔겠다고 올려놓았다.

사이트 운영자는 "길거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목격자를 찾습니다' 현수막을 대신해 온라인을 통해 블랙박스 영상을 찾으면서 쉽게 뺑소니 사고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었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 저작권거래중개업자로 등록된 사이트이기 때문에 영상이 다른 매체에 무단으로 사용돼 야기될 수 있는 문제도 차단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블랙박스 동호회' 등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블랙박스 영상이 공유되고 사고 과실 여부를 동호회원끼리 토론하는 차원이었지만, 이 사이트가 생기면서 사고 관련 영상을 거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블랙박스 영상 거래에 대해 교통사고 증거자료 확보가 더 쉬워지는 효과가 있다고 보는 의견과 사생활 침해와 영상의 악용을 우려하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설재훈 박사는 "블랙박스 영상의 거래와 공유가 활성화된다면 뺑소니 사고나 사고 과실이 애매한 사고의 증거자료 확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자가 영상을 악용하거나 사생활이 침해받을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블랙박스 판매업자는 "오히려 가해자가 비싼 가격에 영상을 구매하고 목격자를 매수하게 되면 뺑소니 사고를 은폐할 가능성도 생긴다"고 부작용을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사이트 운영자는 "방송 등 매체에 이용될 경우 거래할 때 모자이크 처리 등 사생활 침해가 없도록 조치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으며, 원본은 업로드한 고객이 삭제를 요구하지 않는 이상 계속 보관하고 있어 악용의 소지가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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