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포럼이 2015년 대구경북에서 개최되는 제7차 세계 물포럼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정부와 함께 거버넌스 역할을 강화해 국내를 넘어 세계를 향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
(사)한국물포럼 제3대 총재에 취임한 이정무(71) 한라대학교 총장을 만났다.
대구에서 재선(13,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정치권을 떠나 한국체육대학교 총장을 거쳐 한라대 총장을 한 차례 연임하는 등 성공한 CEO형 대학총장으로 변신,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런 그가 한국 물포럼 총재를 맡아 대구경북이 2015년 공동개최하는 세계물포럼 총회 개최를 책임지게 됨으로써 그는 12년 만에 고향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사실상 수구초심(首丘初心)인 셈이다.
'정치인' 이정무는 한때 잘나가던 정치권의 재목이었다. 대구백화점 사장으로 20여 년간 경영인으로 사업수완을 발휘한 경력을 바탕으로 13대 국회 때 정치권에 입문한 그는 한 차례 낙선했지만 15대 총선에서 재기에 성공, 55석의 절묘한 의석으로 여야 간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은 당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원내총무로 나서, 박희태 한나라당, 박상천 새정치국민회의 등 거물급 여야 원내총무 사이에서 탁월한 조정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또 1997년 대선에서 'DJP연합'을 통해 공동정부를 구성하게 되자 자민련 몫의 건설교통부장관으로 발탁돼 1년 4개월여 동안 장관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는 거기까지가 운이 다했다. 16대 총선에서 그는 대구 중'남구에 출마했지만 한나라당 일색의 지역주의 바람을 극복하지 못하고 낙선했다.
그와 그의 가족이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혼신의 힘을 다해 10여 년 동안 가꿔왔던 대구 중'남구였지만 낙하산 공천을 받아 내려온 정치 신인에게 무참하게 낙선했다. 그는 마음의 상처를 가슴속 깊숙이 간직한 채 대구와 정치권을 떠났다. 정치권을 떠난 그는 미련없이 한국체육대학교 총장으로 갔다.
"그때 이후 오늘까지 대구에는 (정치 행사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남구에도 가지 않았다. 너무 허탈하게 낙선해서 쇼크가 컸다. 그때 마음의 상처가 아주 컸다. 내가 너무 우리 국민과 지역구 주민들의 정치적 수준을 높게 평가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진심의 정치를 하고 (지역주민의 부탁을 받아) 나만큼 취직을 많이 시킨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정말 애정을 갖고 (정치를) 했다."
정치는 그의 상처다. 그는 손을 내저으면서 "정치이야기는 치우고…"라며 잘나가던 정치인 이정무에 대해서는 더 이상 화제에 올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
건교부 장관으로서 그는 국민의 정부 출범 후 전임 정부가 추진해왔던 경부고속철 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과 중단조치에 맞서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역사가 증언해 주겠지만 내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이 KTX가 다니고 있었겠느냐. 당시 KTX를 (국민의) 정부 차원에서 전면 중단하고 인천공항을 반으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는데 (주무장관으로서) 그대로 추진하도록 밀어붙였다. 소신을 갖고 했다."
당시 국민의 정부가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 간의 연합정권 성격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른 지역과 달리 사람과 기업을 키우지 못하는 대구경북지역의 풍토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아끼지 않았다.
"대구에서 성장한 기업이 없다. 대구에서 시작한 삼성이 있지만 대구가 키우지는 않았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대구가 사람과 기업을 키우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풍토다. 사람을 키워야 한다."
한국물포럼 총재를 맡기 전인 지난해부터 그는 정해창 전 법무장관의 뒤를 이어 재경 경북고 총동창회장을 맡아 대구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사실 이 총장이 이번에 한국물포럼 총재를 맡게 된 것은 사실 건교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의 과거 정치적 이력이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물포럼의 핵심지원부처인 국토해양부의 권도엽 장관은 이 총장이 건교부장관 시절 총무과장을 지낸 오래된 인연을 맺고 있었다.
한국물포럼은 지난 2006년 물 관련 정책 현안의 문제 제기 및 해결을 위한 공동의 장을 제공하고 2015년 제7차 세계 물포럼의 한국유치 및 지원을 위해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소방방재청, 수자원공사 등 5개 정부부처와 공기업이 공동으로 나서서 설립한 민간단체이지만 물 관련 정책과 물산업에 대한 국가차원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플랫폼이다.
화제를 물포럼으로 본격화했다.
그는 물산업은 굉장한 블루오션이라고 규정했다. 우리가 '물 쓰듯이 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더 이상 물이 풍부하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하면서 우리나라만큼 물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나라도 없다고 지적했다.
2015년 세계물포럼 총회에 앞서 총회를 준비하는 것과 동시에 물산업을 개발하고 거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제적인 물 관련 단체와의 커넥션을 제공하는 등의 핵심적인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포럼의 우선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일본과 네덜란드 등 물산업 선진국의 예를 들면서 물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캠페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산업 선도국은 네덜란드와 독일 등인데 일본만 해도 모리 전 총리가 일본 물포럼 총재를 맡고 있을 정도로 물산업을 중요시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당장 이 총장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물포럼지원법안이 처리되는 것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관련법안이 통과돼야 3년 앞으로 다가온 제7차 세계물포럼 총회를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조직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플랫폼 구성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물포럼 조직위원회를 자신이 맡든 맡지 않든 관계없다는 생각이지만 한국물포럼이 2015년 세계총회 유치의 중심축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조직위를 이끌고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는 대구경북이 세계총회를 유치하게 된 것은 낙동강도 있고 안동댐 등 물문제에 있어서는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외국에서는 물산업과 관련,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더 많다고 했다.
그래선가 그는 세계물포럼 총회를 준비하기 위해 상정된 관련법 처리가 지지부진한 것은 야권이 물포럼을 4대강 지원사업의 하나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우려도 감추지 않았다.
"물산업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물포럼 운운하니까 4대강 홍보예산으로 잘못 알고 있는 측면도 없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세계물포럼 총회 준비와 관련, 그는 호텔 등 숙소 마련 문제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총회 참석 인원만 전 세계에서 3만5천여 명이 되는데 대구와 경주 등이 소화할 수 있는 숙소는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특급호텔 객실을 다 합쳐도 2만5천여 실밖에 되지 않는데 대구가 그 정도의 숙소를 단기간 내에 확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는 엑스코 등 훌륭한 회의장도 확보하고 있고 2011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등의 국제대회 개최 경험 등을 내세우면서 2015 세계물포럼 총회의 대구경북 개최를 낙관하고 있다.
그는 12년째 총장이다. 한국체육대학교 총장(4년)을 마친 뒤 곧바로 재계 17위인 한라그룹이 설립한 한라대학교 총장으로 영입돼, 8년째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교육계는 물론이고 한라그룹과 강원도와 특별한 인연이 없어 보이는 그가 한라대학교 총장으로 연임하게 된 것이 궁금했다.
그것은 그가 대학총장으로서 성공적으로 학교를 운영했다는 평판을 얻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체대 발전에 적잖은 역할을 했고 한라대에서 와서도 그는 열악한 지방 신생대학인 한라대의 재정기반을 건전화시켰고 학생수를 1천800명에서 2배 수준인 3천800여 명으로 늘렸다.
그는 이와 관련, "한라그룹에 여러 계열사가 있는데 우리 대학은 계열사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한라대의 성과가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대학총장으로서의 그의 성공은 정치권에서의 갈등 조정능력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사리사욕을 차리지 않고 학교를 경영하니까 (대학) 노조도 교수사회도 다 따라오더라. 대학사회의 구성원들이 내가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대선 전망에 대한 입장도 들었다. 그는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총장이 어느 진영에 서 있는지 잠시 동안 헷갈렸다. 그가 한때 DJP연합에 속했기 때문이리라.
"나는 박근혜 후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나 안철수 후보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후보단일화한다고 하는데 (DJP연합을 해 본 당사자로서 볼 때) 아무런 명분이 없는 일이다. 두 후보의 힘이 약하기 때문에 하려는 것 아닌가. 두 사람 모두 무경험자 아닌가. 국가경영이나 정치에 그렇지 않은가. 문 후보가 무슨 국정경험이 있으며 안 후보는 더더욱 그렇다. 인류 역사상 정치는 혐오의 대상이었고 모든 철학자는 물론이고 키케로조차도 정치에 대해 혐오의 대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상 모든 문제를 다루는 종합예술이기도 한 정치를 아무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하겠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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