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리게 읽기] SK 창업주 경영철학 "모두 배워 사장되면 좋지"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허달 지음/비움과 소통 펴냄

오늘의 SK그룹을 있게 한 고 최종현 회장의 사장학을 정리한 책이다. 시중에 삼성과 현대 신화를 만든 이병철'정주영 회장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그러나 우리 기업사에는 분명히 LG도 있고 SK도 있다. 그리고 더 드라마나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 많다. 이 책은 그 가운데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최종현 회장의 경영 원칙과 지혜 그리고 도(道)를 전한다. 이 책을 쓴 이는 젊은 시절 SK에 입사해 청춘을 바친 우리나라 석유화학 1세대이자 SK 부사장을 거쳐서 SK아카데미 교수를 지낸 허달이다. 바로 옆에서 인간 최종현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 경험으로 최종현 회장의 내면 논리를 추론해 글을 엮어냈다. 누구보다 최종현의 경영관과 기업관을 잘 아는 인물이다.

SK그룹의 시조는 고 최종건 회장이지만, SK그룹을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시킨 실질적인 창업주는 1973년 기업을 승계한 최종건 회장의 동생 최종현 회장이다. SK그룹의 두 기둥 격인 석유화학과 통신사업이 이 시기의 유공 인수와 한국이동통신 인수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SK그룹의 전신인 선경이 유공을 인수할 당시, 사람들은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혀를 찼다. 제대로 될 리가 없다는 시각이었다.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비효율의 상징인 국영기업을 인수해서 얼마나 가겠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때 최종현 사장은 "그래? 걱정 없어. 우리는 SKMS가 있잖아"라는 말로 웃어넘겼다. SKMS란 무엇인가? SK Management System의 약자로 SK그룹의 경영 철학이자 관리 체계를 뜻하는 말이다. 저자는 이를 '최종현 사장학'이라고 이름 짓고 있다. 곧 최종현이 말하는 '일의 도(道)'라는 말이다.

SKMS 달성을 위한 실천 방안이 곧 SUPEX(Super Excellent)라는 것이다. 즉 경영 관리는 SKMS로 하되, 그 달성 수준에 있어서는 SUPEX를 추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의 SK그룹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는 설명을 저자는 하고 있다.

SKMS에는 "기업은 영구히 존속'발전해야 한다"고 정의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의하면 세계 기업의 평균 수명은 고작 15년에 불과하다. 막 창업에 들려는 사람들도 이 냉엄한 현실을 알고 있을까? 15년 아니 그보다 짧은 생명의 회사를 만들려고 할까?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생명을 계속 이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SK판 경영철학이 필요할 것이다. 인간에 있어서 인생철학이 필요하듯이 말이다. 바로 이 책이 그 답을 준다. 어려운 수식 하나 없는 쉬운 경영학이자, SK그룹을 성공으로 이끈 실전 경영학이며, 망하지 않는 기업을 만들기 위한 경영 비방서다.

최종현 사장은 살아생전 "소위 성공했다는 경영자들이 말이야, 각기 자기 나름의 사장학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그걸 남에게 가르쳐 주려고 하지를 않아. 그렇지만 나는 내 사장학을 가르쳐 주겠다는 거야. 모두들 이걸 배워서 다 사장이 되면 얼마나 좋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267쪽. 1만3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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