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화가들/박정혜'황정연'윤진영'강민기 지음/돌베개 펴냄
궁중화가들은 왕의 어진뿐만 아니라 궁의 대소사를 기록하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우리에게 조선시대 궁중화가로 알려진 사람은 김홍도나 신윤복, 장승업 정도밖엔 없다.
이 책은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기를 거쳐 일제강점기까지, 왕실의 회화 관련 일을 담당했던 '왕의 화가들'을 크게 네 가지 주제로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관청 도화서에 속해 일하던 기능직 장인인 '화원', 왕을 직접 대면해 왕의 초상을 그리고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던 화원들의 로망인 '어진화사', 조선 문예 최전성기인 정조대에 새롭게 마련돼 화원의 전성기를 구가한 '규장각 차비대령화원', 대한제국기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정치적 혼란기에 외교관, 기술인, 교육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으로 발돋움하며 예술가로서 활약상을 보여준 근대 전환기 화가들까지, 조선시대 궁중화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그린다.
조선 중기부터 후기까지 기록을 통해 40개 이상의 화원 집안을 소개한다. 미법산수를 발전시킨 이정근을 배출한 경주 이씨 가문, 조선 후기 풍속화와 진경산수의 걸출한 화원을 배출한 개성 김씨 가문, 문방도 그림에 뛰어났던 전주 이씨 가문, 200년 이상 화원 가계를 이어온 인동 장씨 가문 등이 대표적이다. 당대 최고 화가들의 작품인 어진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 5점밖에 안 된다는 것도 안타까운 역사다. 한국전쟁 중 부산에 옮겨졌다가 화재로 대부분 소실되었다. 최종 봉안된 46본 가운데 화재 현장에서 구해낸 것은 5점 뿐이다. 화려한 도판이 볼만하다. 408쪽, 3만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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