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득렬의 서양고전 이야기] 전쟁의 주역들 그들은 왜 비극을 택했는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그리스인들은 도시국가들 간의 싸움을 내란으로, 타 민족들과의 싸움은 전쟁으로 명명하였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내란으로 시작되었지만 수많은 동맹국들과 페르시아와 시케리아와 같은 이민족들이 참전함으로써 실로 거대한 전쟁이 되었다.

기원전 431년부터 404년까지 27년간 계속된 이 전쟁은 아테네와 스파르타뿐만 아니라 그리스 전 도시국가들의 국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이전에 누렸던 전성기를 다시는 맞이하지 못했다. 비슷한 국력을 가진 나라가 전쟁을 할 경우 그 폐해와 참상이 얼마나 큰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전쟁을 다룬 책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쓴 투키디데스(Thucydides'BC 460~400)는 아테네 측의 장군으로 전쟁에 참전하였다. 아테네의 속주 즉 암피폴리스를 수호하지 못해 문책을 받은 그는 추방자의 신세로 전락하여 스파르타를 비롯해 주변 국가들을 여행하였다. 그는 자신을 추방한 조국에 대해 저항함이 없이 추방기간 20년 동안 추방자의 처지를 오히려 잘 활용하였다. 그는 추방자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적국인 스파르타와 그의 동맹국들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으며 자신이 본 것들을 기록하였다. 그는 냉철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양 진영의 전쟁 수행 정책을 비교하면서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 후세의 사람들에게 역사적 교훈을 주기 위해 서술하였다.

8권으로 된 '전쟁사'는 전쟁 주역들의 연설문들과 양 진영의 국민성이 실감 나게 묘사되어 있다. 연설문 중에는 그가 직접 들은 것도 있고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전언을 통해 재구성한 것도 있다. 이러한 연설문들 가운데서도 제2권에 나오는 페리클레스(Pericles)의 장송연설이 압권이다. 이 연설은 후세의 정치가들에게 여러모로 귀감이 되었다. 아테네의 전몰 유가족들과 시민들에게 조국 아테네를 '헬라스의 학교'로 묘사함으로써 조국이 지킬 만한 가치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추모사를 들은 사람들은 조국에 대한 한계 없는 자긍심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9쪽에 달하는 장송연설은 큰 소리로 읽으면 더욱 큰 감동을 느끼게 된다.

코린토스에서 온 사절단의 한 사람은 아테네인들과 스파르타인들의 성격을 묘사하고 있다. 독자들은 아테네의 국민성에 더 호감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소극적이고, 조심성이 많고, 보수적이고, 우둔하고, 느린' 스파르타인들이 결국 승리하였다. 스파르타의 승리는 그리스 문명을 존속시키고 발전시키는 데는 오히려 해가 되었다.

신득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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