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안철수 현상'이 남긴 과제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출마 선언 66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새 정치'라는 화두를 내세워 화려하게 정계에 입문했지만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전격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의 사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출마 선언에서 스스로를 '국민이 불러낸 후보'라고 자부할 정도로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지만 조직이 없는 무소속의 한계를 절감했다.

안 후보는 우리 정치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 무엇보다 그가 들고나온 새 정치를 어떻게 현실에서 담아낼 것이냐이다. 정치 경험이 전무함에도 그가 유력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여망을 잘 읽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후보의 '새 정치'는 콘텐츠가 구호를 따라가지 못했다. 정치는 국민의 삶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단순히 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과 같은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안 후보는 많이 부족했다. 경제, 복지, 국방 등 국정 전반에 대한 그의 정책 제안은 '무엇을'은 있지만 '어떻게'는 없었으며 '총론'은 그럴듯했지만 '각론'은 미흡했다. 그래서 많은 국민에게 그의 정책 제안은 공허하게 들릴 때가 많았다. 이는 짧은 출마 준비 기간 때문이라는 말로 변명할 수 없는 중대한 결함이자 대통령 선거가 치열한 정책 대결로 가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었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 역시 새 정치와 거리가 있었다. '국민이 불러낸 후보'라고 자부할 정도면 단일화 방식 선택에서 문재인 후보보다 더 '통 큰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경쟁력'이냐 '야권 단일 후보로서의 적합도냐'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그게 그거다. 하지만 문 후보와 똑같이 안 후보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만 고집한 결과 '새 정치'도 별수 없다는 실망감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그가 들고나온 새 정치는 반드시 성취되어야 할 시대적 과제다. 그가 '청춘 콘서트'만으로 대선 판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염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치권은 이를 깊이 깨달아야 한다. 안 후보가 마련한 새 정치라는 그릇에 충실한 내용물을 채워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구태를 반복할 때 또 다른 안철수는 언제든 나올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문재인 양자 대결이 된 이번 대선은 정치 개혁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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