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성(性) 검사에게 적용한 혐의가 뇌물 수수라니

검찰이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전 모 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성폭행죄나 직권남용이 아닌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검사가 절도 사건으로 조사받던 피의자에게 선처 등을 대가로 성(性)을 뇌물로 제공받았다는 게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논리다. 처벌을 놓고 이견이 분분할 수는 있지만 이런 법 적용은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식이다.

검찰은 피의자 측이 제출한 녹음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성행위의 강압성보다는 대가성에 무게를 두고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검사가 지위를 이용해 성관계나 성추행을 했다면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양쪽이 '법적으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했고 또 친고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런 법 적용을 무조건 억지라고 몰아붙이기는 힘드나 국민 법 감정을 도외시한 결과라는 점에서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외국 사례와 달리 우리의 경우 성행위 자체를 뇌물로 간주한 판례도 없다. 이런 마당에 굳이 뇌물 수수로 규정한 것은 김광준 검사 비리 사건 등으로 검찰이 갈 데까지 갔다는 비판이 높아지자 어떻게든 검찰의 위신을 지켜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검사가 지위를 남용해 성행위를 했다는 비난을 어떻게든 피해보려는 방편이라는 점에서 '검찰 위기론'이 무색할 정도라 하겠다.

과연 보통 사람이 이런 사건에 휘말리면 검찰이 그렇게까지 고민해서 혐의를 적용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 것인지 주목되지만 사건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검찰의 행태는 작은 부분을 지키려다 더 큰 것을 잃고 자칫 국민들로부터 완전히 외면받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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