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스마트폰의 무료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은 휴대전화기에 저장된 지인(知人)이 스마트폰으로 바꿔 앱을 설치하면 자동으로 카톡 친구로 등록한다. 카톡의 자기 정보란에는 간단한 소개 글이나 대화창에 나타나는 사진, 그림 파일을 설정하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을 통해 지인이 자신을 소개한 글을 읽으면 현재 그의 심정이나 상태를 알 수 있다. 얼마나 행복한지, 아니면 힘들어하는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글을 올린 사람이 많다. 좋아하는 글을 올렸다고 생각하면 그뿐이지만, 그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꽤 힘든 날을 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미치면 괜히 씁쓸해진다. 행복한 날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사람은 드물다고 본다면, 이 글 안에서 힘든 이 시기도 어쨌든 지나가고야 말 것이라는 서글픔을 만난다. 물론 새로운 날이 오길 바라는 작은 희망이 섞여 있는 것도 안다.

이 말의 원출처는 유대교 경전에 나오는 다윗 왕의 반지 이야기인 것으로 보인다. 영어로는 'This Too Shall Pass Away'이다. 다윗 왕이 승리에 교만하지 않고, 절망에도 좌절하지 않는 힘을 주는 경구를 반지에 새기고 싶어 했을 때, 아들인 솔로몬 왕자가 반지 세공사에게 알려줬다는 문구이다.

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비틀스의 전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이 1970년 발표한 음반인 'All Things Must Pass'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똑같지는 않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와 비슷한 뜻이다. 비틀스가 공식 해산한 지 7개월 만에 발표한 해리슨의 솔로 음반이다.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에 비해 존재감이 약했던 그가 그룹 해산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해 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 대통령 선거 정국으로 나라가 한창 시끄럽다. 야당과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가 오랫동안 핫이슈더니 무소속 후보의 갑작스런 사퇴로 또 한바탕 회오리가 불었다. 대통령 선거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관심을 둬야 할 일이지만, 한 달도 채 안 돼 모든 것이 결판날 일에 이렇게 부산함이 부질없어 보이기도 한다. 카톡 소개 글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쓴 지인에게 이번 대통령 선거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 생각하면, 누가 되든 나라를 잘 이끌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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