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하철참사 백서 비용 어디 갔나

국민 성금에서 8천만원 지원…책 발간도 않고 잔액 2천만원 "집필만 남

2003년 2월 18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부상을 입는 대참사가 가져다준 교훈을 되새기기 위해 대구시가 수천만원을 들여 백서(白書) 발간을 추진했지만 사고 발생 10년이 다 되도록 아무런 진척이 없다.

2'18 대구지하철 참사 백서 발간 예정 기간도 2년가량 넘긴 상황에서 희생자대책위원회에 지급된 수천만원의 발간비의 용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대구시에 대한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시의 관리 소홀을 질타했다. 일부 희생자 유가족들은 백서 발간비의 입'출금 통장 사본을 공개하고, 발간비 사용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27일 대구시와 일부 희생자유가족에 따르면 시는 2009년 11월 희생자대책위에 백서 발간비로 1억원을 책정했다. 이 돈은 국민 성금에서 배정된 것. 인쇄비 2천만원을 제외한 8천만원을 희생자대책위 부위원장 명의로 된 통장에 입금하는 한편 백서 발간을 2010년 2월까지 완료토록 했다.

하지만 희생자대책위와 대구시가 추모사업 등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백서 발간 예정 기간이 2010년 8월로 연기됐고, 2011년 2월로 다시 연기됐다. 하지만 예정 기한을 1년 9개월가량 넘긴 지금까지 백서는 발간되지 않았고 일부 발간비의 사용처마저 확실치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박성찬 대구지하철 참사 비상대책위원장은 "발간비가 백서 발간 외에 사용된 내역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잘못이 있다면 당사자는 처벌받아야 한다"며 27일부터 대구시청 광장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박 위원장이 공개한 백서 발간비 통장 사본을 보면, 집필자인 윤석기 희생자대책위원장과 대구YMCA에 각각 3천만원(제3자 명의 계좌)과 1천500만원이 지급됐고 발간사업 간사 인건비로 600만원이 지출된 것으로 돼 있다. 희생자대책위 부위원장 명의 통장으로 입금된 금액 가운데 나머지 2천900만원의 경우 백서 발간과 직접적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음식점, 약국, 식료품점이나 각종 공과금 납부로 사용됐고 2010년 3월 15일 현재 잔고가 2천원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희생자대책위에 공문을 보내는 등 수차례 백서 발간을 독려했을 뿐 별다른 제재를 가할 수 없었다"며 "행안부 처분에 따라 희생자대책위에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윤석기 희생자대책위원장은 "백서 발간 날짜를 지키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 집필료 3천만원은 백서 발간 자료 수집 등을 위해 모두 사용했다"며 "추모사업과 관련해 대구시와 소방본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백서 발간이 부득이 미뤄졌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지난해 경찰에서 이와 관련해 몇 개월간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백서 작업은 상당 부분 진척됐고 앞으로 발간비 없이 집필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2천900만원 용처에 관한 의혹과 관련해서 당시 회계를 담당했던 희생자대책위 관계자는 "백서 발간비로 사무실 임대비와 각종 공과금 등 운영비, 식비, 교통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족 회의를 통해 허락을 받고 사용했다"고 했다.

대구 YMCA 측은 "집필료를 받았지만 희생자대책위가 뚜렷한 발간 지침을 내리지 않아서 일을 진행하지 못했고 희생자대책위로부터 송금받은 1천500만원은 그대로 있다"고 밝혔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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