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이야기는 이랬다.
한의사는 종합병원에서 암 진단과 수술을 받은 환자를 진찰하고, 한약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이틀 뒤에 환자 가족한테서 전화가 와서 '누가 그러던데, 한약 먹으면 암이 빨리 번진다더라'며 주문을 취소했다. 목숨이 경각이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하며 받아들였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나서 그 환자와 가족이 한의원으로 찾아와서 "누가 차가버섯 먹고 암을 치료했다고 하더라. 차가버섯을 달여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한의사는 "차가버섯이 암 치료에 획기적이라면 노벨 의학상을 받았겠지요. 제가 아는 한 선생님의 병에는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고 답했다. 그러자 환자 가족은 '잘 모르는 거 아니냐? 분명히 차가버섯 달여 먹고 나았다던데…'라며 떠났다.
의사는 "나는 명색이 국가에서 발급한 면허증을 갖고 의료 행위를 하고 있다. 정규 교육과정과 국가공인시험을 거쳐 자격을 취득한 의사 말은 믿지 않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가'의 말을 더 믿는다"며 답답해했다.
암에 걸린 환자뿐만 아니다. 회사의 CEO 중에도 그런 사람은 흔히 있다. 전문 분야의 기술과 오랜 경험을 가진 자기 직원의 말은 좀처럼 듣지 않으면서도, 그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친구나 지인의 말 몇 마디를 듣고 와서는 당장 회사에서 그걸 실천하라고 난리를 쳐댄다. 직원들이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면, "월급 따박따박 받아먹을 궁리나 할 뿐 애사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며 나무라기 일쑤다.
비전문가의 의견과 풍문은 그럴듯하나 별 쓸모가 없다는 점에서 닮았다. 때때로 전문 영역의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쓸모없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비전문가와 풍문을 믿는 것은 그것이 그럴듯하기 때문이며, 구체적인 과정이 생략된 채 결과나 희망만 전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과정이 없으니 검증할 수 없고, 검증할 수 없으니 '좋을 것이다'는 막연한 희망을 파괴할 수 없는 것이다.
실체 없는 허깨비를 부수기는 어렵다. 게다가 칼을 아무리 휘둘러도 허깨비는 죽지 않기 때문에 더욱 가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들이 살아 있는 것은 우리가 파괴할 수 없기 때문이지, 가치 있기 때문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소문이든 공약이든 친구의 귀띔이든 과정이 생략된 것들은 의심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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