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철 만난 내복 열풍…소외층 돕기 내복펀드 모금도

에너지·난방비 절약 효과…젊은층 발열내의 인기

'내복 입으면 체감 온도가 3도나 올라가요'. 26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대구시새마을회 회원들이 내복을 입고 말춤을 추며 겨울철 전기 20% 절약 실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6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 대구시 새마을회가 겨울철 전력난 해소와 난방비 절약을 위해 '겨울철 온(溫) 맵시 및 전기 20% 절약실천 캠페인'을 벌이며 내복패션쇼를 열었다. 행사가 시작되자 분홍'연보라'하늘색 등 내복을 입은 새마을회원 10여 명이 무대에 올랐다. '새마을운동' 노래를 개사한 '내복송'이 울려 퍼지자 무심히 지나가던 시민들도 익숙한 음악이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 무대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패션쇼가 끝나고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춘 회원들은 동성로 일대를 20분간 돌면서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날 오후 기온은 8℃였지만 평년보다 3도 이상 낮은데다 강한 바람으로 체감기온도 낮아 행사에 참여한 이들도 두 손을 '호호' 불며 '에너지 절약을 위해 내복을 입자'는 구호를 외쳤다. 처음엔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던 시민들도 행사의 취지에 공감하고 내복 입기 결심을 다지기도 했다. 이지원(18'대구 수성구 시지동) 양은 "날씬해 보이고 싶어서 날씨가 추워도 내복을 입지 않았지만 에너지 절약과 건강을 위해 내복을 입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홍성기(39) 씨는 "발열내복을 즐겨 입는 편이라 내복 없는 겨울을 생각하기도 힘들 정도"라며 "시민들도 행사를 통해 '내복은 촌스럽다'는 생각을 버리고 예쁜 내복으로 실속을 챙기면 좋겠다"고 했다.

겨울철 전력 수급 불균형으로 전력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내복 입기 열풍이 불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겨울은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추운 날이 많으며 12월은 평년보다 기온이 낮아 때 이른 한파가 예상된다. 지난달 고장으로 멈춘 월성원전 1호기에 이어 영광원전 5'6호기 등 국내 23개 원전 가운데 7기가 고장 나 정비를 이유로 가동이 중단돼 난방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내복은 피부의 수분 손실을 막아 체온을 평균 3~6도 높이는 보온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방 온도를 2, 3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난방비 절약의 '일등 공신'이기도 한 내복은 과거에는 촌스럽고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편견으로 어르신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두께가 얇고 기능이 좋은 발열내복이 인기를 끌면서 옷 맵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층 사이에서도 내복이 인기다.

내복을 통해 겨울이 더욱 춥게 느껴질 어려운 이웃과 정을 나누는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매일신문사와 협약을 맺고 이달 23일부터 '내복-Fund'를 통한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모금으로 내복을 구매해 추운 겨울에 어려운 이웃이 따뜻하게 겨울나기를 할 수 있게 돕자는 것이다. 다음 달 18일부터 모금이 끝나는 대로 지역 내 기부단체와 시'군'구의 지원 요구량에 맞춰 한 벌당 1만원 정도의 내복을 지역 내 홀몸어르신과 소외계층 등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 4천400명에서 목표를 늘려 5천 명에게 내복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통가에서도 내복 판매가 호황이다. 이달 9~11일 대구시내 한 백화점 발열내복 제품 판매처는 발열내복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많은 손님이 몰린 탓에 개점 1시간여 만에 2만 장이 모두 매진됐다.

비비안 등 속옷업계에 따르면 올 9월 판매된 남녀 내복 판매수량이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역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도 내복 판매 매장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가량 증가했다. 대구백화점 한 관계자는 "예전보다 내복을 찾는 젊은 고객이 늘어나 내복 판매가 더욱 증가했다"며 "추위에 대비해 내복을 준비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시 새마을회 김정선 운동지원부장은 "내복 입기 외에도 덧신 신기, 담요 깔기 등 가정에서 에너지 절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며 "내복 입기 생활화를 위해 2월 말까지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계속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