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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3월에 웃어요

김주호 화원초교 교사
김주호 화원초교 교사

저는 모든 교사들이 '좋을 때다'라고 말씀하시는 3년차 교사입니다. 사실 군 경력 2년을 빼고 나면 1년차다 보니 후배보다 학교 일을 더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군대 제대하기 전부터 3월 개학이 올 때까지 반 운영을 위해 많은 것을 고민했습니다. '2년이나 쉬었는데, 과연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교대에서 배운 것도 기억이 잘 안 나는데…'라는 걱정에 주위의 선생님께 어떻게 3월을 보내야 할지 여쭈어 보면 "교대에서 공부하면서 네가 평소에 생각했던 대로 하라"고 답해 주셨습니다. 고민 끝에 아이들에게 무서운 교사로 보이기 위해 웃지도 않고 딱딱한 표정을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드디어 개학식이 되었습니다. 4학년 5반 아이들 앞에서 딱딱하고 엄한 표정으로 1년간 지켜야 할 규칙과 함께 제 소개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낯선 반에서 낯선 교사를 만나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무서운 교사로 보여야 아이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안전사고도 일어나지 않을 거란 생각에 아주 엄격하게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잘못이 크든 작든 상관없이 소리치며 아이들을 혼냈습니다. 다시 그때를 생각해 보면 아이들의 생각은 전혀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학교 회식 자리에서 학년부장 선생님께서 저를 불러 물어보셨습니다. "선생님이 무섭게 해야 아이들이 말을 잘 듣는다고 생각하나? 꼭 무섭게만 해야 할까? 무섭게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옳은 것인지 생각해 보았고?" 저는 아무런 대답을 못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을 이으셨습니다. "나는 개학식 때 반에 들어갈 때 웃으면서 들어가. 만약 애들이 나를 보고 웃지 않으면 다시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웃으라고 하기도 하지. 무섭게 해야 아이들이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은 오로지 교사 본인이 편하기 위해, 고생하지 않기 위해 하는 행동일 수도 있어. 아이들에게 조금만 더 관대해진다면 정말 즐거우면서도 스스로 무엇인가 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3월에 오히려 웃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말을 듣고 저는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친근하게 말을 건네도 제 앞에서 무서워서 제대로 말도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게 내가 바라던 건 아닌데'라는 후회마저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웃어주려고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점점 저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과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집중력이 오히려 더 좋아졌습니다. 3월에 예의 바르게 인사하라고 해도 제대로 안 하던 녀석들이 이제 제가 학교에 출근만 하면 신발을 갈아 신을 때부터 뛰어나와 인사합니다.

아이들과 마음을 열어 웃어주고, 들어주고, 놀아주려면 엄하게 했을 때보다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이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교사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도 '웃는 교사, 웃는 제자, 행복한 교사, 행복한 제자'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품으며 3월에 웃는 교사가 될 것입니다.

김주호 화원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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