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 새 대학입시에서도 각 대학이 지원자가 무슨 책을 읽어왔는지 살필 정도가 되면서 독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너나없이 책을 읽자고 외치지만 독서 교육을 위해 먼 곳으로 눈을 돌릴 필요는 없다. 학교 안에 자리한 도서관이 그 같은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책만 가득 쌓아둬서는 도서 대여점 역할에 그칠 뿐이다. 요즘에는 정규 수업과 독서 활동을 연계, 하나의 사회 현상의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도서관 활용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그 환경은 아직 척박하다. 임용고사를 통과하고 체계적인 독서교육을 담당하는 정규직 사서교사는 대구 전체 초'중'고교 중 27명에 불과하다. 전담 사서 교사가 알차게 독서 교육을 하고 있는 경운중학교와 다사초등학교의 사례를 살펴봤다.
◆경운중 독서 동아리, '그랜드 책'(Grand 冊)
"사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책 읽고 토론하면서 프레젠테이션 실력을 키웠어요."
경운중학교 독서 동아리 '그랜드 책'(Grand 冊)이 전국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달 15~17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교육과학기술부 주최 '제2회 대한민국 창의체험 페스티벌'에서 2개 부문 금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독서PT대회' 부문과 '창의 발표대회' 부문에서 쟁쟁한 경쟁학교를 제치고 2위에 해당하는 교과부 장관상을 수상한 것.
이 중 독서PT대회 중학교 부문은 본선에 진출한 전국 8개 학교 동아리가 3일 동안 실력을 겨뤘다. 참가 학생들은 대회 당일 제시된 지문을 30분간 읽고→20분간 토의한 뒤→30분 만에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제작해→10분간 청중 앞에서 발표하는 까다로운 과제를 수행했다. 마지막 발표를 맡았던 그랜드 책팀의 부장인 정지안(경운중 3년) 양은 "책 '마틸다'와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라는 책이 세트로 주어졌는데 동아리에서 사서선생님과 한 연습대로 했더니 평소보다 더 발표를 잘한 것 같다"고 했다. 그랜드 책 팀은 지난해 1회 독서PT대회에서도 은상을 수상한 실력파다.
올해 처음 선보인 창의발표대회에 참가한 그랜드 책 학생 5명은 '정보화 사회! 내일도 맑음'이라는 제목의 15분짜리 강연으로 주어진 주제(정보윤리)를 독창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아 금상을 수상했다. 창의 발표대회는 사회적인 쟁점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의견과 근거들을 논리적으로 제시, 발표함으로써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겨뤘다. 2학년 최정윤 학생은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말하기뿐 아니라 프레지(Prezi)나 캠타시아(Camtasia) 같은 동영상'편집 프로그램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다.
경운중은 이미 도서관 활용 교육으로 꽤 이름이 나 있다. 2010년 전국도서관운영평가에서 대통령상을 탔고, 지난해에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독서신문 공모전 대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런 잇단 성과의 뒤에는 6년째 이 학교에서 근무 중인 강봉숙(33'여) 사서교사가 있다. 강 교사는 2003년 임용고사에 합격해 '전임' 사서교사로 교단에 섰다. 강 교사는 "도서부 아이들이 7월부터 꾸준히 독서PT를 연습했고, 매주 토요일에는 디베이트 연습을 하며 꾸준히 대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경운중의 소장도서는 1만7천 권으로 한국도서관협회가 정한 학생 1인당 10권이라는 권장 수준을 웃돈다. 강 교사는 하지만 책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보다 어떻게 책을, 학교 도서관을 더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평소에도 사회, 기술, 영어, 국어 등 교과 선생님들과 제가 함께 할 수 있는 도서관 활용 수업 사례를 만들어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도서관 활용 수업을 통해 독서 교육의 결실을 보여주고 싶어요."
◆다사초교 '꿈사랑 도서실'
1만8천여 권의 책을 갖춘 다사초교 '꿈사랑 도서실'에 들르면 박소윤(33'여) 사서교사가 웃으며 반긴다.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방과후 시간 모여드는 학생들로 도서관은 늘 활기에 넘친다.
박 교사가 다사초교에 부임한 것은 지난해 초. 당시만 해도 도서관 분위기는 지금과 달리 적막했다. "아이들이 도서관 문을 열고 빠끔히 얼굴만 들이밀면서 '선생님, 들어가도 돼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물을 때 당황했어요. 당연한 걸 왜 묻는지…. 하루빨리 분위기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사초교 독서 교육의 핵심은 도서관 이용 교육'활용 수업. 1학기 초 두 달 동안 학년별로 수준을 나눠 도서관 이용 예절부터 책 대출과 반납 방법, 자료 검색 방법, 색인과 목차 활용 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 교육과정 속에서 도서관을 활용할 필요가 있거나 활용 가능한 교과 내용을 추려 도서관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박 교사는 각 학급 담임교사가 수업 때 학생들에게 필요한 책이 있다고 연락해오면 학급 대출 형식으로 책을 한꺼번에 보내주면서 책 내용도 소개한다.
다사초교에는 독서 관련 행사가 빠지는 달이 없다. 학부모가 자녀와 함께하는 '가족 독서의 밤', 집에 있는 책을 다른 학생의 책과 교환하는 '도서 교환전', 독서 퀴즈대회, 테마가 있는 독서교실 등 도서관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프로그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학교 홈페이지 첫 화면의 '도서실 소식' 코너에는 그 행사가 빠짐없이 소개된다.
이제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도서관을 이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초교 교사가 되고 싶다는 원채영(5학년) 양은 도서관 단골손님. "사회 시간에 배운 인물들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게 있거나 과학 시간에 잘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도서관에 와서 책을 찾아봐요."
책을 좋아하는 허건행(4학년) 군도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틈만 나면 도서관에 들른다. 그러다 장래희망도 큰 도서관에서 일하는 고문서 전문가로 정했다. "한 달에 30권 정도 빌려 읽는 것 같아요. 새 책들이 빨리빨리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박 교사는 학교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고 대출하는 곳이 아니라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곳이라고 강조한다. 다른 교사 4명과 도서관활용수업연구회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어떤 주제, 어떤 교과에 독서 교육을 더 녹여낼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있어요. 가령 '독립운동가의 활약상을 책으로 만들어 보기'가 주제라면 학교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찾도록 하고,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어떻게 알려주는 게 보다 효과적일지 고민 중입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이곳 도서관은 지난달 '2012 전국 도서관 운영평가'에서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다사초교 김문영 교장은 "아이들이 책 읽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며 "학부모와 지역 주민을 위한 독서 특강 등 지역 사회에 책 읽는 문화를 심기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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