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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10억 투입한 대구예술발전소 프로젝트, 누구 위한 잔치?

대구에서 단일 문화행사에 9억6천만원이라는 예산은 그 규모가 엄청나다. 대구예술발전소의 내년 3월 개관을 앞두고 새로운 공간 탄생을 알리는 문화행사 '대구예술발전소-수창동에서'에 9억6천만원이라는 예산이 배정됐다. 게다가 '실험적 예술 프로젝트'를 표방하고 있어, 문화계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새로운 예술공간을 알리는 행사로 보기엔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11월 행사에 첫 운영위원회가 8월 말 열렸고, 이 자리에서 행사 감독 및 커미셔너들이 선출됐다. 운영위원은 원래 서울인사 4명, 지역인사 3명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이 가운데 서울인사 4명 모두가 행사 감독 및 커미셔너를 맡은 것. 행사 감독을 선임하고 운영의 틀을 짜고 이를 감독해야 하는 운영위원들이 모두 감독을 맡은 것은 의외다. 운영위원 전원이 감독을 맡아 감독 및 커미셔너의 권한이 방대해질 수밖에 없다.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지역 원로 작가를 운영위원에 포함시켰고, 지역 기획자도 선정했지만 대부분 지역 작가 섭외에 그치고 있다.

그런가 하면 30일 열리는 포럼은 행사 개최 2주 전까지 발제자를 정하지 못했다. 그것도 행사와 관련 없는 사람이 발제자를 섭외했다. '국내외 미술계 인사를 초빙해 국제적 학술행사를 개최하겠다'고 했지만 30일 포럼에는 해외 출신 학자는 단 한 명도 없고 지역 발제자 2명과 커미셔너 본인, 그리고 대전미술관 관계자 한 명이 전부다. 어딘가 모르게 급조된 느낌이다.

대형 문화 행사가 열릴 때마다 대구시가 손을 벌리듯 서울의 기획자에게 모든 것을 떠맡겨놓고, 수습은 대구에서 하는 식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 기획자의 참신한 기획을 감상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지만 미술 관계자들은 대구에는 몇 번 내려오지 않고 전시에 대한 애정이나 책임감이 보이지 않아 실망스러운 적이 많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열린 청년작가프로젝트에서도 이런 문제가 되풀이됐다. 서울 기획자가 작가지원비 전액을 서울 작가들에게만 지원하기로 해 지역 작가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많은 시민이 관람하고 있는 가운데 전시 종료 시간을 앞두고 일부 작품을 철거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기획자가 현장에서 끝까지 전시를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어떤 사과도 들을 수 없었다.

대구시가 참신하고 새로운 기획자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형 사업의 경우 기획자를 공모하면 그 자체로 전국적인 이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매번 이런 방식으로 운영을 하다보니 내실도 없고 뒷말만 남긴다. 홍보 효과도 거의 없다. 돈은 돈대로 쓰고 남는 게 없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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