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농업의 미래를 찾아서] <8>또 하나의 기회, 수출

버섯·사과·배 등 9개 품목 선택과 집중, 해외시장 개척 '승부수'

상주시 외서면 연봉리 외서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는 하루 24t의 배를 포장해 미국과 대만 수출 길에 내보낸다.
상주시 외서면 연봉리 외서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는 하루 24t의 배를 포장해 미국과 대만 수출 길에 내보낸다.
상주 외서농협은 지난해 1천718t을 수출해 42억7천6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상주 외서농협은 지난해 1천718t을 수출해 42억7천6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상북도가 농림수산물의 수출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20년까지 30억달러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출을 총괄할 수 있는 전담기구를 만들고 수출 품목과 기업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육성하기로 했다. 경북도는 성장하고 있는 해외시장에서 수출 비중을 높여 가려 한다.

◆배 수출의 전진기지, 외서농협

상주시 외서면 연봉리 외서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 농가에서 재배한 배가 20㎏들이 상자에 담겨 집하장으로 들어왔다. 작업자 20여 명은 분주히 손을 움직여 싸고 있는 종이를 벗겨내고 배를 컨베이어 벨트에 올렸다. 벨트에 실려 이동한 배는 무게와 크기에 따라 자동으로 선별됐다. 수출용 상자에 담긴 배는 트럭에 실려 수출 길에 올랐다. 이곳 선별장에서 하루 동안 처리하는 물량은 약 24t에 이른다.

외서농협이 배 수출을 처음 시작한 1998년 매출은 2억원 남짓이었다. 10여 년이 흐른 지난해에는 1천718t을 수출해 42억7천6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미국에 1천294t을 팔아 33억6천100만원을, 대만에 424t을 수출해 9억1천500만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배 수출량은 우리나라 전체 1만7천990t, 경북도 3천402t으로 외서농협이 우리나라 전체 배 수출의 9.5%, 경북도 배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 현재 외서농협과 계약한 배 재배농가는 전체 190가구, 139㏊다.

김광출 외서농협 전무는 "1998년부터 시장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평균을 내 공동으로 선별'계산하기 시작하면서 일정한 물량을 확보하게 됐고 이를 통해 수출 문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농협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농민들은 생산을 맡고 농협은 유통을 전담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문 조직을 구성했고, 수출 전업농을 육성해 안정적으로 수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성과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농림수산식품부의 과실류 원예 전문 생산 전국 최우수단지로 선정됐다.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의 유통 활성화 사업 평가에서 우수사업소로 뽑히기도 했다.

지종락(55) 상주 외서농협 조합장은 "현재 미국 수출량의 70%가 교민을 대상으로 하고 현지 미국인은 20%이고 중국인은 10%에 그치고 있다"며 "앞으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 현지인들을 공략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 조합장은 "이를 위해 배의 크기와 맛을 현지인 입맛에 맞게 바꿔야 한다. 미국인들은 과일을 한손에 들고 껍질 채 먹는 식습관이 있기 때문에 배의 크기가 손 안에 들어올 만큼 작아야 하고 껍질은 먹을 수 있게 얇고 부드러워야 한다"고 했다.

◆수출은 또 다른 기회

해외 소비 시장이 확대되면서 수출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수산식품 수출은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늘고 있다. 1988년 처음으로 30억달러 수출을 달성한 뒤 2007년까지 30억달러대에 머물다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45억달러로 증가한 뒤 2009년 48억달러, 2010년 59억달러, 지난해 77억달러를 수출했다. 30억달러에서 40억달러를 돌파하는 데 20년이 걸렸지만 2008년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며 3년 만에 70만달러를 넘어섰다.

농림수산식품의 수출은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 한국은행의 2010년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을 10억달러 수출하면 생산 유발 19억달러, 고용 증가 8천 명, 부가가치 유발 7억달러로 분석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휴대폰과 비교해 신선농산물의 수출이 부가가치 1.9배, 고용창출 1.3배이고 가공식품 수출이 부가가치 1.8배, 고용창출 2.5배라고 2011년 전망했다.

하지만 경북의 농수산식품 수출은 전국의 증가율에 비해 부진하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2010년 59억달러에서 2011년 77억달러로 약 31% 증가한 반면 경북도는 같은 기간 1억8천억달러에서 2억1천달러로 늘어 15% 증가에 그쳤다.

무엇보다 경북도의 수출 비중은 전국의 3%에 불과하다. 경북의 농업 생산액이 전국의 17% 수준이란 점과 비교하고 매우 찾은 수치다. 지난해 경북도의 수출액은 2억1천420만달러로 7천400만달러인 제주도 다음으로 낮다. 인접한 경남도는 7억2천350만달러로 9개 도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경북도는 수출국 편중 현상도 심했다. 지난해 수출액 기준으로 일본'미국'중국'대만 등 주요 4개국이 63%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7천567만달러로 36%의 비중을 보였고, 미국에 2천600만달러(12%), 중국에 1천875만달러(9%), 대만에 1천351만달러(6%)를 수출했다. 일부 농산물은 수출 대상국이 더욱 쏠려있다. 지난해 수출액 기준으로 파프리카와 국화는 100% 일본에서 사들인다. 사과는 대만에서 79%, 배는 대만 51%와 미국 44%, 팽이버섯은 미국 29%와 중국 21%, 김치는 일본에서 84%를 수입해 갔다.

◆경북, 수출 문을 두드리다

경북도는 2020년까지 농림수산품 수출 30억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수출 전담기구를 만들고 전략 품목과 선도기업을 선정하는 등 선택과 집중의 수출 전략을 세웠다. 기존의 보조금을 지원하던 방식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려 한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수출 지원을 전담할 기구를 제도화하기로 했다. 경북도 쌀산업FTA대책과에 수출을 지원할 전담팀을 배치하고, 학계와 행정기관, 수출업체대표, 농업인 등 7명으로 구성된 수출진흥총괄위원회를 꾸려 수출 관련 업무를 총괄하겠다는 것. 위원회는 부서 간 의견을 조율하고 수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수출 컨트롤타워 구성과 운영 방향도 결정하게 된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2명으로 구성될 수출컨트롤타워는 수출 계획 수립과 자문, 수출 물류비와 해외 홍보 마케팅 지원, 산지 관리, 수출 물량 공급, 품목별 전문 생산단지 육성 등 수출 업무를 담당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경북도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협,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경북통상 등의 수출 역량을 모은다.

경북도는 9대 수출전략 특화품목을 통해 수출 길에 나선다. 생산량과 수출 실적,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품목을 선정했다. 신선농림수산물은 버섯'사과'배'파프리카'인삼'국화, 가공식품은 김치'홍게살'삼계탕 등이다.

최웅 경북도 농수산국장은 "앞으로 농수산물은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시장 개방이 더욱 확대되고 국가'업체'농가별로 경쟁이 심해져 생산자 조직, 수출업체 등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생산자 중심의 수출전담 지원조직을 운영하고 전략 품목 위주로 수출 선도기업을 육성해 세계 시장에서 경북농업의 경쟁력을 높여 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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