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위기는 최선을 다할 기회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최근 급격한 환율 하락까지 겹쳐 우리 기업들이 수출품 가격 경쟁력 약화, 채산성 악화, 신규 거래처 발굴 애로 등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 부진이 지속하고 있고 미국의 경기부양 종료로 인한 급격한 재정 지출 감소를 의미하는 '재정 절벽'(Fiscal Cliff) 등 다양한 대외 불안 요인이 존재하는 지금 그야말로 전 세계가 전환기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합심해 IMF 외환위기를 이겨냈고, 글로벌 금융위기도 OECD 국가 중 가장 먼저 극복한 저력이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 남발 때문에 대규모 신용 불량자가 발생하는 위기를 겪었듯이 최근에는 가계 부채, 환율 하락 등이 위기의 복병으로 자리 잡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기업에 위기관리 경영이 필요한 때다.

그렇다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기업들은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첫째, 환율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 급격한 환율 하락이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2008년 키코(KIKO) 사태와 같이 '환(換)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선택이 오히려 독이 돼 돌아온 이후 대다수의 기업들이 환 위험상품 및 선물환 헤지 등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적극적으로 환 위험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환율 전망과 환 위험 관리기법에 대해 미리 배워 잘 이용해야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둘째, 기업부채 비율을 낮춰야 한다. 평균적으로 기업 부채 비율은 업종 별로 차이가 있으나 통상 90%를 초과하면 위험 수준이라고 한다. 얼마 전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가계, 정부, 기업의 총 부채 규모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2천962조 원을 넘어 GDP의 234%에 달했다고 한다. 특히 기업부채 비율은 IMF 외환 위기 당시 400%까지 올라갔다가 2002년에 136%로 낮아졌으나 지난해 중소기업의 부채 비율은 179%로 다시 상승했다. 부채 비율이 높으면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자본조달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난 IMF 외환위기 때에 수많은 기업이 흑자도산 한 사례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셋째,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고, 변화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혁신이며 기업의 생명력이 강해지는 길이다. 구미시에 본사를 둔 P사는 2003년 창업해 지난해 4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디스플레이용 광학 필름, 플렉시블 OLED 제작용 코팅 및 라미네이팅 머신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해외 30개 국에 직수출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세계 최초로 하나의 설비에 4개 공정 라인의 성능을 갖춘 '멀티코팅 머신'을 개발해 정부로부터 신기술(NeT)인증을 받아 원천기술 개발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가 지속하고 국내 경기도 가계 부채 증가로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기술개발, 판로개척, 고객 신뢰 확보 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자구 노력과 더불어 정부에서도 기업의 위기 관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올해부터 중소기업청에서는 기업건강관리시스템을 도입하여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영 위기를 예방하고, 기업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진단하여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또 최근 급격한 환율 하락에 따라 수출 중소기업들의 환 위험 관리 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해 환 위험 관리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정부 수출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하여 환 위험 관리교육 이수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R&D 초보기업 및 창업기업 등이 정부 R&D 사업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R&D 지원 예산도 대폭 확대한다.

그동안 대내외적인 경제위기는 반복됐으며, 이제는 위기가 일상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잠재된 위험 요소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한 번의 선택으로 생사가 갈리기도 한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할 확률이 없듯이, 위기 극복 방법을 선택하는 그 순간,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위기는 최선을 다해 기업의 가치를 높여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기회이기도 하다.

권대수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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