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쌩쌩 불기 시작한다. '추운 날,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생각에 집 밖을 나서기가 두려워진다. 그러나 초겨울 여행의 매력을 아는 사람에게는 여행의 참맛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평소 소란스럽고 시끌벅적했던 유명 여행지들도 호젓하고 편안한 휴식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 창녕에 있는 우포늪은 계절마다 주인이 바뀐다. 봄에는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고 여름에는 짙은 녹색이 늪과 어우러진다. 가을에는 갈대'억새 천지로 변하고 겨울에는 철새들이 몰려와 그들의 잔치를 시작한다. 대구 인근에 위치해 가벼운 마음으로 언제든 부담없이 찾을 수 있다.
◆우포늪과 생태체험관
1억4천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우포늪은 1998년 국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됐고 이듬해 환경부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국내 최대 늪이다. 살아 있는 자연사박물관이라고 불릴 만큼 동식물의 천국이다. 특히 겨울에는 기러기를 비롯해 큰고니, 댕기물떼새, 노랑부리저어새 등 철새가 장관을 연출한다. 이곳을 찾는 철새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렇다고 철새를 찾아 둘레가 40㎞나 되는 우포늪 전체를 둘러보기에는 추워도 너무 춥다.
우포늪 생태체험관을 찾아 어디에 가장 철새가 많은지 확인한 후 '포인트' 공략을 하면 철새를 실컷 구경할 수 있다. 이곳 1층에는 우포늪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풍경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전담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카메라와 연결된 8대의 와이드 화면을 통해 철새들의 이동과 집단 주거지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2층 가상 체험실에서는 우포의 사계절을 입체 영상으로 보여준다. 3D 입체 안경을 쓰고 관람하면 계절마다 살아 움직이는 동식물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화면으로만 만나기에는 아쉽다. '우포늪을 수놓는 철새들의 군무는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만나 봐야 할 풍광'이라는 해설사의 설명에 철새를 만나리라 마음먹었다.
기자가 찾은 날. 유독 우포정사 쪽에 철새들이 많이 몰려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꽤 먼 거리다. 자동차를 타고 우포정사 쪽으로 향했다. 30분 정도 달리자 우포정사에 다다랐다.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제방을 2㎞쯤 걷다 보니 어느새 인적이 끊긴다. 어른 키보다 큰 갈대와 물억새가 밀림을 이룬 채 반긴다. 이름 모를 들꽃과 열매식물 천지다. 여름 내내 입고 있던 녹색 옷을 벗어버리고 갈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고니,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청둥오리, 백로도 눈에 띄지만 우포늪의 겨울주인은 6천여 마리나 몰려와 하늘과 습지를 완전히 뒤덮는 기러기들이다. 꽥꽥거리는 소리가 무척 시끄럽다.
장관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늪 지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혹 새들이 놀랄까 살금살금 다가갔지만 기러기 몇 마리가 인기척에 놀랐는지 튀어 오르듯 날아오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기러기는 워낙 청각이 예민하다. 잽싸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지만 떼를 지어 반대편으로 날아오른다. '기러기 쫓던 개가 하늘을 쳐다보는 꼴이다.'
어느새 우포늪이 석양에 물들기 시작하자 수백 마리의 기러기 떼가 V자 대형을 이루며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늪지 위를 비행한다. 이런 모습을 두고 장관이라 할 것이다.
◆화석'곤충박물관
우포늪이 1억4천만 년 전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면 인근에는 4억~5억 년 전의 곤충'화석의 생태를 접할 수 있는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엘라 화석'곤충박물관에는 한국과 중국 등 외국에서 채집한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시대 살았던 공룡과 곤충들의 화석과 한국과 외국 곤충 각각 2천 점과 곤충이 실제 살아 활동하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전시관은 60여 평 규모. 1층에는 화석을, 2층에는 각종 곤충을 전시해 놓았다. 박물관이 협소하다고 해서 전시품도 적을 것이란 생각은 선입견이다. 규모는 작지만 전시된 화석과 곤충은 가히 매머드 급이다.
관장 김왈수 씨가 한국과 외국에서 직접 채집한 화석과 곤충 4천여 점이 전시돼 있다. 특히 아시아에서 최초로 발견된 대형 생흔적 화석은 고생물이 생활하면서 남긴 모든 흔적이 화석으로 남은 것으로 수억년 전의 생물들이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또 곤충이 실제 살아 활동하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40여 점의 '디오라마'는 수억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곤충의 모습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공룡 복원 DNA를 추출한 여러 종류의 곤충이 박힌 호박도 수십 점 볼 수 있다. 대륙의 이동을 증명하는 중요한 화석도 전시되어 있다. 남아프리카와 남미 브라질에서 발견된 메소사우르스 공룡 화석은 현재 대서양을 두고 갈라져 있는 두 대륙이 당시엔 붙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14개의 공룡알이 한 화석에 남아 있는 것도 볼거리다. 2층 곤충전시관에는 현대인들이 신비의 영약으로 꼽는 동충하초가 무려 1천 점, 하늘소 300여 종 중 200종이 전시돼 있다. 포항, 경주, 울산, 진주 등지에서 발견된 콩, 불가사리, 각종 나뭇잎 화석도 수십 점 볼 수 있다.
글'사진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 1: 엘라 화석'곤충박물관장과 전시관.
2: 전시관 내부 모습.
3: 우포늪 생태체험관 야외전시장.
4: 생태체험관 내부 전경.
5: 겨울철이면 우포늪은 철새들의 낙원으로 변한다.
◆가는길=서대구IC에서 마산행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30~40분을 달리다 창녕IC에 내리면 교차로에 우포늪 방향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엘라 화석'곤충박물관이 나온다. 다시 5분여를 달리면 우포늪 생태관이다.
◆레저'여행 단신
▷여행과 문화는 땅끝마을 여행 참가자를 모집한다. 땅끝마을과 미황사 녹우당을 둘러보고 남해의 비경도 감상한다. 다음 달 9일 출발. 당일 코스 053)761-1633.
▷대구답사마당은 여주 답사 여행을 떠난다. 여주 신륵사를 비롯해 나옹화상, 무학대사 및 성보문화재, 법문 등을 둘러본다. 다음 달 3일 출발. 당일 코스 053)604-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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