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푼이라도 싸게" 식품관 마감시간 북적

엥겔계수 11년만에 최고 농수산물가격 급등 영향

27일 롯데백화점 대구점 식품관 마감세일 코너에서 소비자들이 식품을 구입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7일 롯데백화점 대구점 식품관 마감세일 코너에서 소비자들이 식품을 구입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주부 이수진(36) 씨는 요즘 해가 지면 백화점 식품매장이나 대형마트에 자주 간다. 마감시간에 맞춰 세일하는 식료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제품을 구경하다 직원들이 할인된 가격표를 붙이면 부리나케 물건을 카트에 담는다. 이 씨는 "식료품 지출비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 조금이라도 싸게 구입하려다 보니 마감세일을 이용하게 됐다"며 "조리식품뿐 아니라 농산물 등도 반값 정도에 살 수 있어서 살림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반짝 세일을 하는 폐점시간 대에 식료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올 상반기 엥겔계수는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계수는 올해 상반기(1~6월) 기준으로 13.6%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 하반기 14.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경기 침체로 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의류 등 다른 품목의 소비를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식료품 소비 비중이 늘어난데다 최근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한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상인점에 따르면 의류매장은 피크타임대는 오후 4~6시인 반면, 식품관의 피크시간대는 오후 6시 이후부터 구매객이 늘기 시작해 백화점이 문을 닫는 시간이 가까울수록 쇼핑객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6개월(5월~10월)기준 오후 6시 이후 식품관 고객 구성비는 전체의 35%를 차지, 지난해보다 11.1% 증가했다. 반면 문을 연 후부터 오후 2시, 오후 2시에서 4시까지는 각각 4%, 6.7% 감소했다.

이처럼 쇼핑객들의 구매패턴이 식품관을 중심으로 늦은 오후에 집중되면서 백화점들은 팔고 남는 신선식품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반짝 판매하는 '타임세일'이나 '떨이상품전' 등을 게릴라식으로 펼쳐 알뜰 소비자들을 끌고 있다.

대형마트도 수산, 축산, 조리, 베이커리 식품의 경우 당일 판매가 원칙이기 때문에 오후 9시 이후에는 기존 판매가보다 많게는 50% 정도 할인판매한다.

오후 10시 이후 대구지역 이마트의 할인상품 평균매출을 보면 심야고객 수가 줄어드는 동절기임에도 하절기보다 다소 높은 평균 4천만원선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해에 비해 3% 정도 늘어났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전호영 식품팀장은 "경기불황으로 소득은 늘지 않고 식료품비는 상승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백화점을 찾는 쇼핑객들이 식품매장을 들르는 시간도 점점 늦어지는 추세"라면서 "특정 시간대를 이용한 반짝 행사가 최근 들어 예년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어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행사를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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