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프레임이 아니라 미래를 보자

우리는 한 번도 퇴임 후 행복한 대통령을 가져본 경험이 없다. 본인이나 가족이 '죽거나 감옥에 가거나' 둘 중 하나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권위주의 시대의 전직 대통령은 물론이고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가족을 감옥에 보내거나 불행한 전직 대통령의 사슬을 끊지 못했다. 모두 자신과 가족 및 측근의 부패와 비리 때문이었다.

이번 대선은 어떤 면에서는 퇴임 후에도 국민들의 시선을 피해 담 높은 사저를 지어 은둔해야 하거나 감옥에 가는 그런 불행한 전직 대통령 시대를 마감하느냐 여부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21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는커녕 불행한 전직 대통령의 역사를 우려해야 하는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정책 경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상대를 향해 '실패한 정권의 책임자'와 '유신독재의 대표'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국민을 향해 더 나쁜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줄 것을 강요하고 있는 형국이다.

선거가 프레임 전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격돌은 '박정희 대 노무현'의 대결이라는 프레임으로 짜여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화 세력을 대표하는 박 전 대통령과 민주화 세력을 상징하는 노 전 대통령은 모두 지나간 과거사다.

대선 후보가 나서서 상대를 향해 과거 세력의 대표라고 공격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향후 5년을 책임질 지도자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과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간에 다음 정부는 박정희 시대의 부활도 노무현 정부의 시즌2가 될 수도 없다. 양쪽 캠프 모두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어떤 대통령을 선택하느냐는 국민들의 몫이다. 그 선택의 기준이 대통령의 딸과 대통령의 비서실장이라면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이미 정치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광을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배후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보수 세력이 있고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노빠'나 '친노' 세력이 있지만 그들의 힘만으로 대선 후보가 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들은 국민들에게 과거사에 대한 나쁜 기억을 각인시키는 네거티브 공세로 선거판을 흐리고 있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그러면서 스스로를 미래 세력으로 자처하고 있다. 박 후보는 이번 선거를 '준비된 미래' 대 '실패한 과거의 부활' 구도로 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대학 등록금이 올라 서민 생활이 어려워졌다고도 공격했다. 문 후보에 대해서도 "스스로를 폐족이라 불렀던 실패한 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라고 정면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문 후보의 대응도 마찬가지였다. "5'16 쿠데타와 유신독재 세력의 잔재를 대표하는 박 후보가 독재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역사 인식으로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느냐"며 몰아붙였다.

박정희 시대 최대의 정치적 피해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역사와의 화해'에 나섰다. 유신의 피해자가 내민 화해의 손짓은 박정희 기념관 건립이었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 사업이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김 전 대통령이 내민 박 전 대통령 시대와의 화해의 손짓 덕분이었다.

'노무현 시대의 부활'을 내걸고 있는 문 후보는 박 후보를 박정희 프레임 속에 가두려 하고 있다. 그러나 문 후보는 박 후보를 박정희 프레임에 넣는 순간. 스스로도 노무현이라는 틀에 갇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자신은 과거의 프레임으로 보면서 미래 비전을 보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마오쩌둥의 사망으로 10년 동안 중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문화대혁명이 끝났다. 마오쩌둥의 뒤를 이은 덩샤오핑은 천안문광장에 내걸린 마오쩌둥의 초상화를 끌어내리지 않았다. 대신 '흑묘백묘론'과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 오늘날의 G2 중국의 기반을 마련했다.

중국에서 본받아야 한다.

이번 대선은 과거에 대한 단죄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 박정희 대 노무현이 아니다. 박근혜 대 문재인의 대결이다. 선택의 기준은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지도자가 누구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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