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외장부품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대구의 A사는 2년 전 해외 굴지의 다국적기업으로부터 특허 소송을 당했다. A사가 수출을 늘리면서 다국적기업의 시장을 역으로 잠식하자 다국적기업이 위기감을 느끼고 소송을 제기한 것. 소송 직후 A사는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판매처도 적잖게 떨어져 나갔다. 더욱이 판매중지 가처분 소송까지 당하면서 자칫 수출길도 막힐뻔했다. 현재 A사는 소송을 제기한 다국적기업과 특허문제를 협의 중이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을 계기로 지식재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대구시가 지역 기업들의 지식재산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대구 지식재산기본계획'을 수립, 내년부터 추진한다.
시는 지식재산 조례 개정과 운영위원회를 조직하고 대구시에 지식재산팀을 신설한다.
◆수출 비중 높아 글로벌 대응 절실
대구의 경제구조는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아 글로벌 지식재산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지식재산 전문가들의 요구다. 대구의 내수 대 수출 비중(%)은 2009년 43대 57, 2010년 47대 53으로 수출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구 수출의 48%가 중국과 미국, 일본 등에 편중돼 특정 국가에 대한 지식재산 정보와 전략이 필요하다.
대구지식재산센터 최운돈 센터장은"지역의 자동차부품 산업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앞으로 해외 유수의 경쟁업체들로부터 지식재산 소송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장기계를 생산하는 B사는 사업 초창기에 미국에서 일본 경쟁업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당시 수출 증가에만 신경 쓸 뿐 특허침해 문제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특허 침해를 범죄로 보기 때문에 손해배상이 엄청나 자칫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몰렸다. B사는 이를 교훈 삼아 최근에는 개발 초기부터 특허 분석을 하는 등 이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특정 분야뿐 아니라 포괄적인 지식재산권 관리 및 운영도 요구된다. 대구는 특허출원 증가율이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지만, 나머지 산업재산권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구의 특허출원 연평균 증가율은 3.4%로 전국 평균(2.8%)보다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상표(-1.3%)와 디자인(-1.6%), 실용신안(-16.7%)은 각각 전국 평균(상표 1.7%, 디자인 0.1%, 실용신안 -12.2%)보다 낮게 나타났다. 지식재산 관련 전문가 확보도 시급하다.
대구의 특허사무실이 약 20곳 있지만 이것으로는 앞으로의 특허문제 대응에 미비하다는 것.
대구지식재산센터 최정호 팀장은 "기업들 또한 특허 관련 인력 수급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라며 "변리사 등 전문가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통합 체계 갖추기로
대구 지식재산기본계획은 지난해 7월 시행된 국가 차원의'지식재산기본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에 흩어졌던 지식재산 관련 법령들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설립했다. 시는 이를 근거로 지역 실정에 맞는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계획을 연말쯤 완성해 내년부터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시는 신성장정책관 산하에 지식재산 담당을 별도로 신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과별로 흩어진 지식재산 정책을 하나로 묶어 체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 또 2009년 만들어진 대구 지식재산 조례 내용 개정을 추진한다.
대구 지식재산 운영위원회 구성도 계획에 포함돼 있다. 이곳에는 대구테크노파크와 대구지식재산센터, 대구경북디자인센터, 대구기계부품연구원 등 각 기업지원기관의 지식재산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운영위를 통해 역할분담을 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총괄기구로 발전시킨다는 것.
이 밖에 지역 R&D 특허동향 조사나 지식재산 통합 DB 구축 등의 자료 통합 사업도 추진해 지역 기업들이 지식재산과 관련해 기술개발 방향을 정하고 혹시 있을 소송이나 피해를 미리 막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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