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기부에 소극적인 도시'가 된 것은 장기화된 지역 경제의 침체와 기부를 할 만한 대기업이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기부 문화가 깊이 자리 잡지 못한 지역사회의 의식 문제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부를 '수줍어하는' 도시
지역 기부단체와 사회복지단체에 따르면 대구의 기부금 모금이 대부분 12월부터 2월까지 '집중 모금 기간'에 이뤄진다. 기업들 또한 이 집중 모금 기간에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많지만 상시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드물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대구지역 기업들 대부분이 현금 몇 백만원, 또는 연탄 몇 백 장 등 기부금이나 기부물품을 정한 뒤 이것들을 기부할 이웃이나 시설을 찾아달라는 식으로 기탁한다"며 "꾸준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식의 기부로는 이웃을 돕는다는 기부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부=자선'이라는 생각은 특히 개인 기부 부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대구시민들의 개인 기부가 활성화하지 않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대구의 장기화된 경제 불황'이지만 결국 '나 자신이 어려운데 어떻게 남을 도와주겠는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란 것. 시민 장모(53'대구 동구 신암동) 씨는 "아무리 1만원 이하의 소액이라도 1년이면 몇십만원을 내는 건데, 서민들 입장에서는 이마저도 부담된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을 통한 모금의 경우 대구시내 각 기초자치단체가 말단 행정단위까지 챙기지 못해 대구의 기부금액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경북이 대구와 인구수가 크게 차이 나지 않음에도 기부금 액수가 두 배가량 차이가 나는 이유는 경북은 시골의 '리'(里)단위까지 이장을 통해 모금 활동을 쉽게 할 수 있지만 대구는 더 큰 '동'(洞)단위에서 진행해야 하는 데다 통'반의 행정조직이 활성화되지 않은 등의 이유로 경북처럼 말단까지 행정력을 동원한 모금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부 패러다임 바뀌어야
대구가 '기부 문화 도시'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기부=자선'이라는 생각의 틀을 깨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 안에서 기부의 활성화는 시민사회가 자체적으로 사회안전망을 구성해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효과를 만든다는 것. 비록 현재 대구의 경제가 어렵고 힘들지만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힘 만으로는 이들을 구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부단체들은 기업이나 개인이 기부를 할 때 '기부를 받을 사람'을 염두에 두고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하는 기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기업들의 경우 기업 홍보나 이미지를 좋게 만들 목적으로 일시적인 이벤트성 기부만 한다면 기부를 하는 기업도, 기부를 받는 어려운 이웃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포항의 한 건설업체가 어린이재단과 함께 했던 '저소득층 가정 공부방 만들어주기'와 같이 기부 대상자가 공통으로 원하지만 개인 만의 도움으로 힘들 때 기업의 기부는 대상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기부단체와 기업이 지역사회 저소득층과 빈곤층이 정말 필요로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이후 기부를 진행한다면 기업 이미지 제고와 함께 빈곤층의 삶에도 같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개인의 정기적인 기부의 비율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 특히 개인의 정기적인 기부는 사회 빈곤층인 기부 대상자가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한 계획을 세워 안정적으로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나눔'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한 초등학교는 헌 옷을 모아 불우한 이웃에게 전달하는 행사를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도록 하거나 학생들의 기부 실적을 그래프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기부에 대한 학습이 이뤄지도록 교육하고 있다.
대구의 기부단체나 사회복지단체가 대구의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 또한 대구 기부 문화 활성화의 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성희자 경북대 교수(사회복지)는 "대구는 사회복지의 역사가 오래된 지역이지만 행정기관이나 기부단체들이 관성으로 기부 정책'사업을 벌이는 경향이 있다"며 "여러 기관이 대구의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한 논의의 자리가 마련되면 대구가 '기부 문화 주변도시'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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