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준 고검 검사의 거액 뇌물 사건으로 촉발된 사상 최악의 검찰 사태가 한상대 검찰총장의 용퇴 결단만 남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거액 뇌물 검사 및 성추문 검사 등으로 사상 최대 위기를 맞은 검찰이 검찰 쇄신을 위해 조직 내부적으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총장 퇴진 등 개혁 방안을 놓고 대립하다 사상 초유의 중수부장 공개 감찰로 이어지고 검찰 실력자들 간의 파워 싸움으로 번지면서 대검 간부들이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에까지 몰린 것.
이처럼 총장 사퇴 압박 지경에 이른 것은 전대미문의 잇단 검사 비리 사건으로 국민들의 검찰 불신이 커졌고 정치권의 공격까지 받는 등 검찰이 궁지에 몰린데 따른 책임 추궁 성격이 강하지만 결정적으로 공개 감찰을 두고 빚어진 한 총장과 최재경(50'연수원 17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과의 대결 양상에서 검찰 내부 기류가 최 중수부장으로 기울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대검찰청 검사장급 간부들은 29일 오전 한 총장에게 중수부장 감찰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용퇴할 것을 건의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도 이날 회의를 열어 한 총장이 정오까지 용퇴하지 않을 경우 대검찰청을 방문해 용퇴를 강력 건의하는 등 강하게 압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한 총장의 퇴진으로 급박하게 전개된 것은 28일 대검 감찰본부가 최 중수부장에 대한 공개 감찰에 착수했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유례없는 중수부장 감찰 소식에 일선 검사들은 더욱 술렁이기 시작했고 일부에선 '동료 검사들끼리 문자 메시지를 교환한 게 감찰 대상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일면서 한 총장에 대한 불만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상황이 한 총장과 최 중수부장의 파워 싸움에 이은 총장 용퇴 건의로까지 이어지면서 검찰 구성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국 각 검찰청도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자체 긴급 모임을 갖고 사태 파악 및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등 사태 추이 분석 및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실제 대구지검은 최 중수부장의 공개 감찰 소식이 전해지자 부장검사들이 수석부장실에 모여 사태 파악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해 밤늦게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검은 부장검사들이 중심이 돼 부서별로 검사들의 의견을 수합한 뒤 모여서 토론하는 등 사태 수습을 위해 의견을 나눴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너무 곤혹스럽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정확한 내막을 공식적으로 들지 못해 일선 검사들도 다 궁금해하고 있다"며 "월말이라 거의 모든 검사들이 야근을 하고 있는 상태여서 모여 사태를 걱정하고 서울 등에 연락해 알아보고 의견을 나눈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검사들이 나눈 여러 의견을 모아 검사장을 통해 대검에 건의하는 등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검찰총장 퇴진과 관련된) 연판장이 돌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새누리당 대선기구인 정치쇄신특위의 안대희 위원장은 한 총장과 최 중수부장간의 충돌과 관련, "현 검찰 수뇌부는 자체 개혁 능력과 명분을 상실했다"며 "이제 수뇌부의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적당한 눈가림 대책으로 사안을 모면하려하면 이 또한 검찰의 비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의 조직 힘겨루기 양상은 실망스럽다. 지금의 검찰은 국민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고 도덕성, 윤리, 공직기강이 무너졌다"며 "검찰 개혁은 대선 후 들어설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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