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제2, 제3의 LG 조성진을 기대한다

LG전자 사장에 고졸 출신의 조성진 가전사업본부장이 발탁된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LG전자에서 고졸 사장이 나온 것은 창사 이후 처음이다. 용산공고 출신인 조 사장은 1976년 입사 이후 세탁기 한 분야에만 집중해 LG 제품을 세계 1위에 올려놓았고, 학벌이 아니라 오직 실력 하나만으로 샐러리맨 최고 자리에 올랐다. 조 사장의 이런 성취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학벌 중시 풍조를 뚫고 이뤄낸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사회의 학력 인플레는 심각한 상황이다. 박사 학위 소지자가 환경미화원이 될 정도다.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환경미화원 업무와 박사 학위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LG경제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대학 교육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대졸자가 18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학 진학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다.

이런 불합리를 없애려면 그 원인인 학벌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학력(學歷)이란 포장이 아니라 학력(學力)이란 내실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기업들이 고졸자 채용을 확대하고 있어 실력 중시 사회로 가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학력 인플레로 인한 사회적 기회 손실을 줄이려면 고졸자 채용 확대에서 그치지 않고 배치'전환'기회에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

고졸자가 고졸이란 이유만으로 꿈과 재능을 발휘할 기회조차 차단당한다면 고학력 선호는 심화될 것이고,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그런 점에서 LG전자 조 사장의 성공 신화는 LG그룹을 벗어나 우리나라 기업 전체,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로 확산돼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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