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가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와 테인 세인 대통령을 '올해의 글로벌 사상가' 공동 1위에 선정했다. 수치 여사야 민주화의 상징으로 잘 알려졌지만, 세인 대통령은 누구인가. 군부 출신이면서도 정치범 석방, 언론 자유 등 개방 정책을 이끌어 압제적 독재 국가였던 미얀마에 훈풍을 불어넣은 인물이다. 민주화를 향한 수치 여사와 미얀마 국민의 노력이 권력자에게 자신이 걸었던 길과는 다른 영웅적 선택을 하게 함으로써 극적이며 감동적인 변화의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 후보에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한국 가수 싸이, 오스트리아의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트너 등을 올렸다. 무르시 대통령은 '카이로의 봄' 이후에 권좌에 올랐으나 권한을 강화하려다 반대 시위에 부딪혔고 김정은은 20대의 젊은 지도자면서 짧은 기간에 권력을 장악했다. 눈길을 끌긴 했지만,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싸이는 창의적인 에너지로, 바움가트너는 엄두도 내지 못할 용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강남 스타일'의 싸이는 음악의 활기로 세계를 춤추게 했고 바움가트너는 지상 39㎞ 상공에서 맨몸으로 자유낙하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에도 '올해의 인물'이 곧 탄생한다. 존재감이 큰 싸이와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으나 정치 쇄신 바람을 일으킨 안철수 씨가 유력한 후보들이다. 하지만, 앞으로 5년 동안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18대 대선의 승자야말로 '올해의 인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차기 대통령은 현 정부의 실정을 딛고 위기와 기회의 전환점에 서 있는 대한민국을 새로운 희망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에게 그 무거운 사명이 주어질 것이다.
테인 세인과 싸이, 바움가트너가 그랬듯이 박 후보와 문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부터 긍정적 에너지를 일으키고 정치에 감동할 수 있도록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 두 후보는 과거를 들먹이며 서로 거칠게 공격하고 비판하는 데에 열중하고 있다. 과거라도 따질 건 따지고 공방전도 펼쳐야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이 없다. 두 후보의 대선 경기에 심판이 관여할 수 있다면 옐로카드는 아니더라도 주의 정도를 주어야 할 상황이다.
두 후보의 경쟁이 박빙으로 흐를 만큼 치열한데도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이처럼 지나치게 빡빡한 대결 구도 때문일 것이다. 비판을 하더라도 격조를 갖추고 때로 유머도 구사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두 후보는 너무 진지해서 박 후보의 연설 방식은 단조롭고 문 후보의 연설 방식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설 방식이야 쉽게 바꿀 수 없으니만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연설 내용은 미래의 희망을 담고 국민에게 힘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국민에게는 지금,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줄 치어리더형 지도자가 필요하다. 고전 끝에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뛰어난 응원단장적 기질로 정치적 성공을 이뤘다. 그는 지난달 초 재선에 성공한 직후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넘어질 때도, 일어설 때도 함께 해달라"고 외쳐 미국민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치어리더형 지도자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국민의 자신감을 되살릴 면모를 보여주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대선의 승패를 가를 수도 있다. 두 후보 진영이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말미암아 늘어난 부동층을 흡수하려는 정치공학적 계산에 몰두하고 있지만, 누가 더 국민에게 밝은 내일을 제시하고 삶에 대한 의욕을 자극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갈릴 수 있을 것이다. 두 후보는 남은 대선 기간의 유세나 TV 토론 등을 통해 국민에게 진솔하게 다가가 긍정적인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대선 과정이 부정의 말이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축제처럼 이어져야 투표율을 높이고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정치 발전도 이룩할 수 있다. 그래야만 경쟁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대선 이후 국민 통합에도 도움이 된다. 두 후보는 여유를 갖고 대선을 좀 더 흥미롭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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