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세상을 살아감에 음식이 으뜸이고 약이(藥餌)가 다음이다. 시기에 맞추어 풍한서습(風寒暑濕)을 막아주고 음식과 남녀 간의 관계를 한도가 있게 절제한다면 병이 어떤 이유로 생길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 최초의 식이요법서인 '식료찬요'(食療纂要)의 서문에 있는 내용이다. 히포크라테스도 "음식물로 치료하지 못하는 질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했다. 요즘 약선이 건강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건강은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무엇을 먹고 마시느냐에 많이 달려 있다.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이다'는 말이 있듯이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약선'(藥膳)은 약이 되는 음식을 말한다. 음식의 재료가 가지고 있는 각종 독성을 제거하여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여 만드는 음식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질에 가장 맞는 음식을 만들어 몸을 건강하게 하고 몸의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대구경북권협력단 김용재 단장은 음식에 관심이 많다. 김 단장은 "요즘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약선음식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대구에서도 약선음식 전문집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바람직한 현상이다"고 평가한다.
대구 수성구 중동에 있는 '뜰안채 약선한정식' 우은주 사장은 오래전부터 약선요리를 공부하고 있다. 자신이 만드는 음식에 대한 철저한 원칙이 있다. "좋은 음식을 만들려면 음식에 대한 지식과 솜씨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싱싱하고 좋은 식재료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들은 비싸다고 꺼리는 식재료를 굳이 고집하고 있는 것도 약선음식을 만드는 우 사장의 자존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내는 모두 방으로 꾸몄다. 고급 일식집처럼 다리를 편안하게 내릴 수 있어 음식을 나누며 오랫동안 담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음식은 전통 한정식답게 코스요리다, 가장 먼저 약선 죽이 나온다. 앙증스런 방짜유기에 담긴 검정깨 죽이다. 따스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을 부드럽게 감싼다. 첫 느낌이 좋다. 죽 맛을 즐기는 동안 본격적인 음식상이 차려진다. 야채샐러드, 밀전병, 생송이 장육, 표고탕수 등 정갈하고 맛깔스런 음식이 차례로 나온다.
김 단장은 "전국 팸 투어를 하다 보면 한정식은 호남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라며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은 앞으로 건강식을 주제로 한 약선음식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힌다. 그런 의미에서 뜰안채 약선한정식 음식을 좋아하게 됐다는 것. 러시아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박우진 과장은 "음식을 보면 주인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법인데 이 집은 한결같이 음식에 정성이 담겨 있어서 좋다"고 한다.
우 사장은 3년 삭힌 울릉도 명이나물을 선보인다. 향긋한 고유의 향이 풍긴다. 명이나물은 대부분 잎을 즐기지만 사각사각 줄기를 씹는 맛이 일품이다. 한국관광공사 고민정 주임은 "음식이 한 가지씩 나올 때마다 입안에 향기가 머물다가 온몸으로 스며드는 느낌"이라며 "특히 메로찜의 독특한 맛이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박세진 씨는 "평소 육류를 즐기는 편이지만 약선은 음식의 종류가 많고 모든 음식이 깔끔해 먹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준다"고 밝힌다.
이 식당은 방을 트면 한꺼번에 50명이 함께 자리를 할 수 있어 가족 모임이나, 직장 회식장소로도 좋다. 점심특선을 이용하면 비교적 싼 가격(1만5천원)에 다양한 약선음식을 맛볼 수 있다.
메뉴는 1인당 2만5천원(불로정식), 3만5천원(태평정식), 4만원(수라정식)짜리 상차림으로 구분된다. 찜 요리의 경우 메로찜 5만원, 대구찜 3만5천원(중)'4만5천원(대)이다. 후식으로 나오는 홍삼'감식초의 깔끔한 맛이 기분을 상큼하게 해준다. 예약은 053)767-1233.
##추천 메뉴-메로찜
대구 사람들은 유난히 찜 요리를 즐긴다. 매콤한 맛이 매력적인 찜 요리가 대구 사람의 입맛에 맞는 모양이다. 뜰안채 약선한정식에는 메로찜과 대구찜이 있다. 우은주 사장은 메로찜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우 사장은 "메로는 깊은 바다에 사는 귀한 생선이라 몸에 필요한 영양분이 많다"며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특징이지만 자칫 느끼한 맛을 낼 수 있어 부담스럽지 않은 알싸한 매운맛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품질이 우수한 고급 재료를 고집한다. 새송이버섯과 푹 익힌 큼지막한 감자는 고소하고 쫄깃한 메로의 맛과 어우러져 입맛을 유혹하는 주인공이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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