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달한 로맨스 못할 건 없겠지만, 제겐 '애교수업' 필수
배우 송지효(31)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이 잘 어울릴 것 같다. 귀엽고 예쁜 얼굴이고, 생글생글 웃는 미소가 남자들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그는 그간 영화 '여고괴담 3-여우계단', '쌍화점', 드라마 '계백' 등을 통해 무겁고 차분한 이미지로 각인됐다. 자신을 "무뚝뚝한 편"이라고 표현한 그와 왠지 잘 어울리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송지효는 이달 15일 개봉한 액션코미디 '자칼이 온다'(감독 배형준)에서는 엉뚱하고 밝은 캐릭터인 킬러 봉민정 역할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영화는 킬러 봉민정이 최고 인기 스타 최현(김재중)을 납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담았다.
"코미디를 보는 건 좋아했지만, 막상 코미디 영화에 출연할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액션은 데뷔 때부터 하고 싶었던 장르였지만요. 또 SBS TV '런닝맨'에서 밝은 모습으로 나오고 있지만, 연기로는 밝은 작품을 한 게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어떤 설정으로 디테일을 잡아나갈지 고민했죠."(웃음)
◆무겁고 차분한 이미지 변신 성공
변신은 나름 성공적이다. 유쾌한 봉민정은 귀엽게 보이기도 한다. 송지효는 "촬영할 때 감독님께서 예쁘게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머리나 화장, 옷도 예쁘게 설정하지 않았다"며 "나중에 감독님이 '민정이가 매우 예쁘게 나왔다, 마음에 안 든다'고 했는데 솔직히 난 예쁘게 나오지 않아 속상해했다. 그런데 큰 스크린으로 보니 생각보다 귀엽게 나오긴 했더라"고 좋아했다.
영화는 송지효와 김재중의 달곰한 로맨스가 있을 것 같은데 거의 없다. 송지효는 "키스 신이 하나 있긴 한데 그것만으로 만족한다"며 "재중 씨 팬들 때문에 더 진도가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고 손사래를 쳤다. 또 "아직은 달곰한 로맨스나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 캐릭터는 손발이 오글거린다"고 했다. 물론 "요청이 들어오면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기 전에 애교 수업이라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김재중과 로맨스가 없어서가 아니라 액션 연기를 할 때 마음처럼 몸이 따라 주지 않아 안타까웠다. 2개월이나 액션스쿨을 다녔지만 액션 신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다치는 것 상관없이 몸을 사용하는 걸 좋아해요. 마음은 이미 공중회전을 두 번 하고 발차기 두 번까지 했는데 몸이 안 따라와서 답답하더라고요. 제가 액션을 직접 하고 싶었는데 전문적인 킬러 모습이 안 보여서 대역의 힘을 빌렸죠. 욕심을 채울 수 없었고, 액션이 정말 어렵다고 느꼈어요."
송지효는 주말 인기 프로그램 SBS TV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그는 "예능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는 무겁고 차분하며, 조용하고 정적인 느낌을 받은 분들이 많았는데 '런닝맨'으로 대중적인 이미지가 밝아진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배우 이미지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저라는 사람을 보여줄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잖아요. 작품으로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이런 모습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소속사 입장에서는 이미지 소모라고 걱정하지만 전 걱정 안 해요."(웃음)
체력 소모가 상당한 '런닝맨'에서 2년여를 달렸다. 예전에는 2주에 한 번씩 녹화했는데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거의 1주일에 한 번씩, 이틀 연속으로 촬영할 때도 부지기수다.
송지효는 "초반 1년 정도는 많이 힘들었다. 다른 작품과 병행할 때는 정말 피곤해서 '제작진이나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멤버들이 오히려 나를 배려해주고 맞춰주시더라"며 "단련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이제는 즐기는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또 "멤버들과 어우러지는 것도 배웠고 순발력은 물론 적응력, 이해력에서도 도움이 많이 됐다"며 "특히 인간관계에서 남자들과 호흡을 맞출 때, 서투르고 낯설어했던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런닝맨'에서 함께하다 보니 나에게만 보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안 보이던 어떤 벽이 흐릿해진 것 같다"고 좋아했다.
◆액션스쿨 두달여 다니며 연기준비
송지효는 "연기자로서 연기에 대해 배우는 건 당연히 작품을 할 때이지만, 연기를 할 때 필요한 것도 모두 다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이라며 "'런닝맨'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니 어떤 작품에 참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기뻐했다.
"재작년 7월인가 막내 동생이 입대를 했는데 '런닝맨' 녹화를 하다가 엄청 울었던 적이 있어요. 제대할 즈음에 멤버들이 '동생 제대할 때 되지 않았어?'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세세한 부분 모두를 기억하고 신경 써줘요. 멤버들은 스태프 모두를 챙기기도 하죠. VJ나 스태프들이 결혼할 때면 사회도 봐주시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거든요. 오빠들이 모두 그렇게 솔선수범하니 밑에 있는 저희도 그런 것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따라가요."(웃음)
물론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다. '런닝맨'을 촬영하고 나서는 또 그만큼 숙면을 취해야 한다고 털어놓는다. 그래도 이제껏 단 한 번도 "'런닝맨'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화려한 삶을 꿈꾸지 않는다는 송지효는 "소소하게 작은 행복에 만족하는 게 예전부터 꿈꿔왔던 것"이라며 "지금 행복을 누리는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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