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몸을 움직여 어떤 동작을 행하거나 일을 하는 것을 행동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연극을 본다는 것은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행동을 보는 것이다. 작가가 쓴 희곡을 분석한 연출가의 지시에 따라서 혹은 서로 조율한 결과에 따라서 배우들은 글자로 존재하던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실제 인간의 행동으로 옮겨서 실감 나게 연기하게 된다. 이 과정이 연극공연의 과정이다. 희곡이 시나 소설처럼 글자를 보며 파악하는 예술이라면, 연극은 결국 배우의 행동, 즉 인간의 행동을 보며 작품의 모든 내용을 파악하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연극에서 말하는 행동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은 곧 연극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극에서 말하는 행동에는 '대사'라고 하는 말도 포함된다. 우리들의 일상에서는 흔히 말과 행동이라고 해서 두 가지를 분리하는 경향이 있지만 연극에서는 행동이라는 개념 안에 말도 포함이 된다. 말을 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움직여야 하니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행동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연극은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된다. 작가가 어떤 행동을 쓰느냐에 따라서, 연출가가 어떤 행동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배우가 어떤 행동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연극의 느낌은 달라지고 의미도 달라진다. 그리고 작가, 연출가, 배우가 생각하는 행동의 의미도 서로 다를 수 있다.
작가, 연출가, 배우, 그리고 관객까지, 모두에게 행동의 의미는 중요하다. 연극 등장인물의 행동은 단순히 행동이 아니라 작품의 전부를 좌우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등장인물의 행동은 그 등장인물의 성격을 보여주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게 하며, 실제 그 일이 일어나게 만들고, 그것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생기게 되어 결국 작품이 끝나게 된다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역할까지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공의 행동은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이야기가 바뀌고 작품의 주제 또한 변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작가가 주인공의 행동을 통해서 작품의 내용을 만들고 주제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그 등장인물들의 성격에서 나온다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작품에서 아주 거친 주인공이 있다. 그는 거칠고 막무가내인 성격 탓에 욕설을 하는 등 말을 거칠게 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가 말을 거칠게 하는 등의 행동을 하기 때문에 그의 성격이 거친 것이다. 실제 인간은 어떤 성격 때문에 그런 성격이 반영된 행동을 하곤 한다. 하지만 연극의 등장인물은 어떤 행동을 통해서 어떤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인간의 모습을 닮은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셈이다. 하지만 실제 인간의 삶에서도 이 부분은 닮아 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은 실제 그 사람의 속을 알고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을 보고 파악하는 것이다. 저 친구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말도 잘 없고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말이 잘 없고 낯선 사람을 보면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파악하는 것이다.
연극에서 말하는 성격이란 결국 어떤 인물이 보이는 행동들에서 드러나는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성격이 있고 행동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있기 때문에 그 결과로 인해 성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작가가 인물의 성격을 만들기 위해서는 행동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본인의 독백이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직접적으로 성격을 묘사할 수도 있지만 이는 아주 낮은 단계이며 행동을 통해 성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장치하는 것이 연극적인 행동의 특징을 보여주는 일이자 한 단계 높은 기법이 된다.
안희철(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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