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빵과 호빵은 쌀쌀한 날씨에 먹어야 제맛이다. 추운 겨울날 김이 술술 나는 찐빵 하나면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따스하고 촉촉한 촉감, 한입 베어 물면 쫀득하면서 포슬포슬한 그 느낌. 살짝 풍기는 밀가루 익은 냄새는 또 어떻고. 속에 든 팥소의 그 달콤함. 끝없이 입맛을 당긴다.
◆겨울 별미 호빵
'1971년생, 신체 사이즈-지름 10㎝, 몸무게 108g, 인상 착의-모난 곳 없이 동글동글, 티 없이 뽀얗고 매끈한 피부가 매력.'
겨울철 별미로 첫손에 꼽히는 '호빵'의 프로필이다. 겨울철 먹을거리의 대명사 호빵. 추위에 굳은 손을 비비며 동네 길모퉁이 가게를 들어설라치면 빨간색 찜통에 담긴 호빵이 김을 모락모락 피워올리며 배고픈 동심을 유혹하곤 했다.
호빵이 처음 등장한 것을 1970년대 초반. 따끈따끈한 빵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다고 해서 '호빵'이란 이름이 지어졌다.
출시 직후 호빵의 인기는 대단했다. 1971년 처음 호빵이 나오자마자 그해 겨울이 채 가기 전에 100만 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우리나라 사람이 단팥과 따뜻한 음식을 좋아할 뿐 아니라 호빵 찜통(빨간색)이 친근한 이미지를 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또 식량 부족으로 정부 차원에서 분식 장려운동을 벌였던 것도 호빵 매출에 크게 기여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호빵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종류가 다양해졌다. 단팥호빵에 이어 야채호빵이 나왔고, 1990년대 후반부터는 피자호빵, 고구마호빵, 떡볶이호빵까지 등장했다.
특히 치즈를 듬뿍 넣어 피자 맛을 낸 피자호빵은 나오자마자 10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모양과 색깔도 초기엔 둥글고 흰색으로 단순했지만 요즘은 길쭉한 모양에 주황색, 분홍색 빵도 눈에 띈다.
하지만 원조 호빵 회사인 S사 둥근 호빵은 탄생 이후 단 한 번도 10㎝, 108g의 몸매를 흐트러뜨린 적이 없다. 호빵 소 역시 전통의 단팥이 매출의 60%를 차지하며 부동의 스테디셀러로 군림하고 있다.
◆찐빵
궁핍했던 시절, 호빵과 함께 최고의 간식이었던 찐빵.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가창면사무소 주위에는 10여 개의 찐빵집이 성업 중이다.
가창 찐빵의 특징은 다른 찐빵과는 달리 팥 앙금을 사용하고, 그 양도 2, 3배나 더 많이 넣는다는 것.
호찐방 전영옥(51'여) 씨는 "팥소도 자랑할 만하지만 피도 부드럽고 찰기가 있어 찐빵 맛이 뛰어나다"며 "요즘에는 고구마, 호박, 쑥, 옥수수 찐빵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주말과 휴일이면 찐빵을 사려는 차량이 몰려들면서 교통체증을 빚기도 한다.
최근 청도 방면으로 가는 신천 좌안도로가 생겨나면서 손님이 줄었다. 그 대신 배달 주문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가창 찐빵 7년 단골이라는 김미경(48'여'대구 북구 태전동) 씨는 "찐빵은 평소에도 자주 사 먹지만 추워지면 더 생각나는 음식"이라며 "요즘은 배달해 먹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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