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 구성면 상원리 원터마을에 있는 숭례각에는 김천지방의 예학(禮學)을 고스란히 새긴 가례증해 판목이 빼곡히 보관돼 있다.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67호이다. 가례증해 판목은 1758년(영조 34년) 이의조(李宜朝)가 관혼상제의 예법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주자의 4대 예서(四大 禮書) 중 하나인 '가례'(家禮)를 해설하고 주석을 달아 14년 만인 1772년(영조 48년) 총 10권으로 완성했다.
'가례증해'를 처음으로 만들기 시작한 사람은 이의조의 부친인 이윤적(李胤績)이었다. 그는 관혼상례(冠婚喪禮)로 인한 나라의 혼란과 국론 분열의 폐해를 걱정하면서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 중립의 입장에서 학자들의 설(說)을 모으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가례증해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힘든 작업을 끝내지 못하고 1756년(영조 32년)에 눈을 감았고, 유언을 받든 아들이 완성해 세상의 빛을 봤다.
1792년(정조 16년)에 당대 최고의 서각장인 김풍해(金豊海)는 황악산 직지사에 3년간 머물며 느티나무로 판목 475매를 완성했다. 관혼상제로는 전국에서 유일한 목판으로 정교하고 세련된 목각 기법으로 유명하다. 가례증해 판목은 마을 뒷산 골짜기에 있던 명성재(明誠齋)에서 보관했으나 건물이 쇠락하고 도둑이 들어 판목 몇 개가 도난당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자 1996년 지금의 자리에 장판각을 새로 지어 옮겼다. 숭례각에는 가례증해 판목 411장 외에도 소학집주증해(小學集註增解)와 운평선생문집(雲坪先生文集) 판목 등 170장이 소장돼 있다.
글'박용우 특임기자 yw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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