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의 집중 인터뷰]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국민의 힘으로 이룬 단일화…정권교체·새정치 꿈 꼭 이룰 것"

박지원(70)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문재인(59) 대선 후보는 닮은꼴이다.

각각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공보수석(박 원내대표)과 민정수석(문 후보)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다가 공교롭게도 임기 말에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1년을 함께 하면서 퇴임 때까지 곁을 지킨 '2인자'였다는 이력이 일치한다.

박 원내대표는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숨은 조연이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 직후 국민의 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서면서 '대북송금 특검'을 통해 박 원내대표를 두 차례나 구속시켰고 3년여간이나 옥고를 치르게 했다. 참여정부의 주역이었던 문 후보와 '친노' 세력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해찬 전 대표와 '이-박 연대'를 형성,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문 후보를 당선시킨 주역이었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민주당의 당내쇄신을 요구, 이해찬 전 대표와 더불어 쇄신대상으로 지목되면서 거취가 주목받기도 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을 물러나지 않았다.

여전히 그는 민주당 내에서 호남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막강한 정치적 파워를 유지하고 있다.

문 후보 선대위에서는 아무런 직책을 맡지 않고 있지만, 박 원내대표는 28일 수도권 유세 지원을 시작으로 문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에 나섰다. 문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킨다면 그가 구상한 '이-박-문' 연대가 완성되는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위의 계수조정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28일 국회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그를 만났다.

◆문재인과 박지원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과 국정을 공유하는 중요한 자리다.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문 후보에게 동질감을 느끼지 않는가?

▶당연히 느낀다. 저는 참여정부를 탄생시키게 한 주연은 아니지만, 조연상은 받을 만한 사람이다. 그런데 참여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곧바로 교도소에 갔다. 그게 불행의 시작이었지만 지금처럼 단결하는 계기도 만들어줬기 때문에 득과 실이 있다.

DJ와 제가 노무현 대통령을 후보로 만들고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얼마나 노력했는지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이제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당선된 후 3개월 만에 대북송금 특검을 했고 남북관계도 어긋났다. 교도소에 갔다 와서 몇 군데 대학에서 강연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랬더니 DJ께서 화를 내면서 불렀다. '이명박 대통령이 하는 꼴을 보고도 박 실장은 노 전 대통령을 비난하면 되겠느냐…. 우리가 힘을 합쳐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며 꾸중을 하셨다. 대북송금 때문에 불행했던 때도 있었지만 그것으로 인해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더 강하게 느꼈고 그 섭섭함을 잊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후보를 더 열심히 돕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나 문 후보가 사과한 적이 있는가?

▶문 후보가 직접 그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공식적으로(광주에서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사과를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교도소 갔다 나왔을 때 제게 (사과)한 적이 있다. 문 후보는 저에게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당내의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문 후보는, 호남과 DJ세력을 대표하는 사람이 저 혼자 남았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우리가 (대북송금 특검이라는)그런 과거가 있기 때문에 더 애정을 갖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이-박-문' 연대를 하면서 경선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은 사실 아니냐?

▶언론에서 그렇게 쓰고 있다.(박 원내대표는 이-박-문 연대에 대한 언론의 지적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안철수와 박지원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새 정치를 내세우면서 민주당의 당내쇄신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 와중에 이해찬 전 대표가 사퇴했고 박 원내대표도 거취를 고심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개인적으로 불편하지 않았나?

▶그것은 잘못 알려진 것 같다. 저도 안철수 측과 부단한 대화를 가졌다. 안 전 후보가 요구한 인적쇄신에 제가 포함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오히려 그쪽에서는 안철수로 단일화됐을 때의 제 역할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박 연대'에 대한 불만을 당내에서 '문-이-박연대'로 확대 해석, 몇몇 분들이 그렇게 주장한 것이다. 안철수 측에서는 그러한 일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제게 알려왔다.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과 문 후보의 태도에 안 전 후보가 굉장히 실망했다.

▶후보 단일화가 물리적으로는 됐지만, 화학적으로 됐느냐 하는 것은 굉장히 겸손한 자세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안 후보가 눈물겨운 용퇴를 하면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며 문재인 후보를 돕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했지만 나름대로 정리할 것이 많을 것이다.

우리 캠프에서 '공동선대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하는 등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 대선이 20여 일밖에 남지 않아 서두르는 것도 이해되지만,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안 전 후보가 마음에서 우러나와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겸손하게 기다리고 성의를 보이는 것이 좋겠다.

저도 안 전 후보 측 인사들과 지금까지 만나고 대화하고 있다. 곧 정리가 돼서 이번 주말쯤이면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보고 있다.

-민주당이 너무 조급하다. 지나치게 압박하고 있다.

▶그렇게 다그치면 안 된다. 문재인, 안철수 이 두 분은 국민 앞에 '정권 교체를 하자, 새 정치를 하자' 이 두 가지 메시지를 던져서 국민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나서 단일화를 통해 정권 교체를 이루고 새 정치는 국민연대를 통해 하자고 합의도 했다. 그 3단계로 사실상의 단일화가 이뤄진 것 아니냐.

새 정치는 국민연대라는 틀을 통해, 안 전 후보가 책임을 지고 해야 한다. '문재인 5년' 이렇게만 보지 말자. '문재인-안철수 10년'으로 보고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새 정치도 하자. '대통령 문재인, 국민연대 안철수' 이렇게 가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호남에서의 안철수 후보 지지도가 강했다. 그것은 정치개혁에 대한 호남인들의 바람이 강했고 또 민주당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것은 뭐 저를 비롯한 (호남지역)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반감의식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권이 반성하고 국민의 요구, 정치개혁과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

-대북정책이나 외교'안보정책에 있어서는 문 후보와 민주당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이어받는 것 같다. 반면 안 전 후보와는 꽤 차이가 크다. 조율이 필요한 부분 아닌가.

▶안 전 후보의 정책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다만, 대북정책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가장 확실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안 전 후보는 금강산 관광재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권력의 메커니즘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은 금강산 박왕자 씨 피살사건이 발생하자 이례적으로 사과했다.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이 현정은 현대 회장에게 사과했다. 북한 스타일로는 그것으로 사과가 된 것이고, 대한민국 스타일로는 그것이 어떻게 사과냐, 사과와 재발 방지는 정부 간에 이뤄지는 것 아니냐, 그런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지역구도

-역대 대선보다는 지역구도가 심화하지 않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진일보하고 있다.

▶이제 영남에서 야당을 한 번 지지해 줄 때가 됐다. 호남이 없었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없다. 윤보선과 박정희가 대선에서 맞붙었을 때 박 전 대통령은 영남과 호남에서만 승리했다. 특히 호남에서 35만 표를 이겨 전국적으로 16만 표 차이로 윤 후보를 따돌렸다. 그런 박정희가 호남차별을 했다.

DJ가 평화민주당을 창당하기 전에는 항상 공화당과 민정당이 호남의 다수당이었다.(그 당시 선거구제는 1선거구에서 2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였다) 그러나 영남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적도 없고 겨우 1, 2석을 주고 있다. 특히 TK에서 민주당에 한 석도 내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TK에서 민주당 후보인 문재인에게 한 번 표를 줄 때가 됐다.

-호남 등 특정지역에서의 몰표는 문제다. 호남에서 여당 후보는 10%를 넘지 못했다.

▶호남사람은 영남에 가서 많이 살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서 갔는데 거기서 태어난 자제들은 대구와 부산사람이다. 그러나 호남에 와서 사는 영남사람은 극소수다. 목포에서 가장 큰 사업을 하면서 존경받는 사람이 경북사람이다. 고속훼리회사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이분이 최근 전남 민주평통 부의장에 취임했다. 이런 시범적 경우도 있다. 또 목포에 31층짜리 쌍둥이 빌딩이 건설되고 있는데 대구기업이 맡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동서 간 벽을 허무는데 이바지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김부겸 후보가 지난 4'11 총선 때 대구에서 지지받은 만큼 지지를 해줬으면 좋겠다.

박근혜 후보도 지금 호남에서 20%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인터뷰 끝에 '대선 이후 어디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라며 그의 향후 역할에 대해 물었다.

"19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아직도 3년 반이나 남았으니 우선 의정 활동을 잘해야겠죠. 그다음에 대해서는 글쎄요…" 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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