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기의 팔공산(중)]'이건 뭐지?' 굽이굽이 나쁜 개발

들쑥날쑥 멋대로 간판, 난개발 위협 노출

칠곡군 동명면 기성리 한티로 주변에 식당과 모텔 간판이 무질서하게 설치돼 있다. 운전자들의 시야를 어지럽히고 경관을 해친다는 여론이 일자 칠곡군은 대대적인 정비에 나설 방침이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칠곡군 동명면 기성리 한티로 주변에 식당과 모텔 간판이 무질서하게 설치돼 있다. 운전자들의 시야를 어지럽히고 경관을 해친다는 여론이 일자 칠곡군은 대대적인 정비에 나설 방침이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칠곡군 동명면의 가산산성 진남문에서 불과 30m 떨어진 곳에 전원주택이 들어서고 있어 난개발 우려가 크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칠곡군 동명면의 가산산성 진남문에서 불과 30m 떨어진 곳에 전원주택이 들어서고 있어 난개발 우려가 크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팔공산이 난개발 위협에 노출돼 있다. 최근 갓바위를 둘러싼 케이블카 설치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고, 앞서 갓바위의 경산 방향에서 모노레일 설치 여부를 두고도 갈등을 겪었다. 또 칠곡군 동명면 기성삼거리를 중심으로 각종 상가의 간판도 무질서하게 들어서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또 도립공원 구역과 맞닿아 전원주택 단지까지 들어서고 있다.

◆갓바위, '케이블카' vs '모노레일'

갓바위에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설치를 두고 대구시와 경북도 간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케이블카는 대구시 동구 진인동 집단시설지구에서 갓바위까지 1.2㎞ 구간에, 모노레일은 경산시 와촌면 관음휴게소에서 팔공산 선본사 앞까지 1㎞ 구간에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서로 다른 민간사업자들이 2008년 전후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최종 허가권을 가진 대구시와 경북도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함에 따라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대구 동구청과 대구시의회가 케이블카 설치에 찬성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고, 경북도의회도 모노레일 설치에 관심을 보이면서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재만 동구청장은 "갓바위 케이블카는 문화, 관광적인 측면에서도 필요하지만 장애인, 노약자의 접근성을 위해서라도 설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간사업자들은 노약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갓바위를 두고 대구와 경산 양측이 관광객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을 설치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카 설치를 찬성하는 측은 '갓바위의 대구 쪽은 접근성이 떨어져 관광객들이 경산으로 쏠릴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고, 모노레일 찬성 측은 '갓바위가 경산시 와촌면에 위치한 탓에 대구시가 케이블카를 설치할 권한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더욱이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중 어느 쪽이 더 친환경 시설이냐를 두고도 논란이 벌어질 조짐이다. 대구시와 경북도 간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갓바위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경우 관광자원이 부족한 대구시의 관광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만, 워낙 이해관계자가 많아 섣불리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신중한 검토와 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9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MOU 체결 요청이 왔지만 깊게 검토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무질서한 간판

경북 칠곡군 동명면 기성리 한티로 일대. 팔공산순환도로의 칠곡군 동명부터 한티재까지 이르는 구간에 200여 개의 상가가 밀집돼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상가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카페와 모텔, 레스토랑, 한식당, 상가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2000년대 들어 지주들이 규제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며 전원주택도 대거 들어섰다.

이 때문에 팔공산 난개발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더 이상 상업시설이 증가하지는 않지만 상가의 간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가들이 간판을 경쟁적으로 화려하게 만들었고, 도로변까지 불법 지주형 간판을 세웠다.

도로와 다소 떨어진 모텔 등 상가들은 도로변에 유도형 간판을 불법으로 설치했다.

권순열(39'경주시) 씨는 "가족과 팔공산 구경을 왔는데 상가들도 너무 많고, 더욱이 간판이 무질서하게 배치돼 있다"며 "팔공산의 얼굴과 같은 지역인데 보기 흉하다"고 지적했다.

비판이 제기되자 칠곡군도 간판 정비에 나서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예산 부족 탓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올해부터 2014년까지 이 일대 간판 개선 사업을 벌여 현재의 간판을 모두 떼어 내고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간판을 달겠다는 것. 상가마다 세로로 세울 수 있는 지주형 간판 1개, 상가 건물에 부착하는 가로형 간판 1개만을 허가할 방침이다.

◆산성 앞에 들어선 전원주택 단지

경북 칠곡군 동명면 가산산성 진남문 앞. 가산산성 내'외성의 정문으로 1954년 집중 폭우로 유실됐다가 1980년대 복원됐다. 가산산성의 얼굴과 같은 곳으로 팔공산 도립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진남문의 성벽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 2층 전원주택이 지어지고 있었다.

주택 외곽은 이미 완성됐고 내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어림잡아 165㎡가 넘어 보이는 정원은 평토 작업을 마친 상태였다. 한 관광객은 "진남문은 가산산성의 얼굴 격인데 어떻게 바로 인접해서 전원주택 신축 허가가 났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인근에도 이미 들어선 10여 채는 별도의 차고지가 마련돼 있고, 세련된 지붕이 돋보이는 등 최고급 전원주택이었다. 다른 관광객도 "유명 유적지인 가산산성 코앞에 전원주택이 들어서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칠곡군이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신축될 수 없는 지역이다.

칠곡군청 관계자는 "가산산성의 중성과 내성은 사적 216호로 지정돼 인접 지역에 건물 신축이 안 되지만 문화재가 아닌 진남문 인근에는 관련 법상 건물 신축을 허가해 줄 수밖에 없다"며 "문화재청에 진남문의 사적 추가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립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해도 행정력을 동원해서라도 허가를 내주면 안 된다"며 "공원 인접 지역에 전원주택을 짓기 시작하면 팔공산 전체의 난개발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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