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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읽기] 인문 과학을 넘나드는 대문호의 '촌철살인'…「괴테의 하루 한마디」

괴테의 하루 한마디/기하라 부이치 지음/채숙향 옮김/지식여행 펴냄

괴테의 12월 1일 한마디는 '습관'에 관한 것. '나는 세상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해왔지만, 항상 같은 것을 발견했다. 바로 습관 속에, 인간에게 둘도 없는 쾌락이 있다는 것을.'(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이 한마디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무언가 이변이 없는 한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을 살고, 내일도 아마 오늘과 마찬가지로 살아갈 것이다. 그 반복이 유쾌한 것이다. 이것이 습관이다"고 괴테는 말하고 있다.

일본 도쿄대 독일문학과를 졸업하고 문학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 기하라 부이치는 괴테의 한마디, 한마디를 1년 365일에 하루를 더한 366일로 나눠서 전하고 있다. 저자가 선택한 366가지 한마디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에 감동을 주는 말들이다. 거기에 더해 저자는 짧은 코멘트를 달았다. 옮긴이인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출신인 채숙향 백석대 교수는 일본인 저자가 쓴 괴테의 이 366가지 하루 한마디를 번역해 한국 독자들에게 내놓았다.

이 책에서 소개된 한마디, 한마디는 시인'극작가'과학자'정치가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서간이나 일기, 대화록 등 다양한 삶의 흔적에서 발췌했다.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의 참맛을 깨달은 괴테가 들려주는 한마디는 260년이 흐른 지금에도 더욱 깊이가 있고, 연륜이 배어 단 한마디도 버릴 것이 없다. 오늘을 긍정적으로 살기 위한 하루 한 페이지, 지혜의 지침서이자 몸과 마음 그리고 생각의 힐링(치료)이다.

괴테는 평생의 대작 '파우스트'를 완성한 다음 해인 1832년 3월 22일, 82년 6개월의 생을 마감했다. 최후에 남긴 말은 '더 많은 빛을'이다. 문학을 비롯해 연애, 인간관계, 도덕, 역사, 과학, 사회현상 등에 이르기까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그의 지혜를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몇몇 '한마디' 사례들을 소개한다. 2월 6일 한마디, '항상 명심해야 한다. 입 밖에 내는 말에 내 본심이 드러나 있다는 것을!'(온건 풍자시집), 4월 14일 한마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온 게 아니라면 결코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질 리 없다.'(파우스트 제1부), 4월 30일 한마디, '인간이여, 고귀하라. 친절하고 선량하라! 우리가 아는 존재하는 모든 것과 인간을 구별하는 것은 단지 이것뿐이기 때문이다.'(시 '신성'), 7월 13일 한마디, '잘못이나 실수야말로 인간을 사랑해야 할 존재답게 만들어준다.'(잠언과 성찰), 9월 8일 한마디, '모든 것을 추구하는 자는, 무엇 하나 얻지 못한다. 예술가에게 제약은 필수적이다.'(예술론), 12월 21일 한마디, '인간이라는 존재는 마음껏 노력하여, 자신의 힘을 다 쓸 때까지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늦가을, 괴테의 한마디에 담긴 사색의 깊이를 느껴보자. 392쪽, 1만3천900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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