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이 연일 상대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 공세를 퍼붓고 있는 가운데 정책 대결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각 후보 진영이 득표전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주력할 뿐 정작 정책 차별화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지금까지 각 분야에 걸쳐 백화점식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다수 공약이 표심 확보를 위한 대선용(?)인 만큼 전체적으로 큰 차별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수와 진보 간의 대선전인 만큼 어느 정도 차별성이 있는 분야은 안보와 경제 민주화를 둘러싼 재벌 정책을 꼽을 수 있다.
먼저 두 후보의 정책 가운데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분야는 외교안보 정책을 포함한 남북문제다.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풀어 낼 해법을 두고 두 후보가 각기 다른 해법을 보여주고 있다.
박 후보는 경색된 남북 관계 해법과 관련 "유화 아니면 강경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문 후보는 "10.4 정상 선언의 정신으로 곧바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북한과 신뢰를 회복하는 일부터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일단 두 후보 모두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남북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속도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인도적 지원과, 남북 합의 이행을 통해 신뢰를 쌓고 비핵화도 어느 정도 진전된 뒤 경제 지원에 본격 나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10.4 선언을 강조하며 비핵화 협의와 경제협력을 함께 추진하면서 남북경제연합까지 만들어 놓겠다는 방침이다.
개별 현안을 두고서는 더욱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대북 지원과 교류를 금지한 현 정부의 5.24 조치에 대해 박 후보는 북한의 변화가 없이는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문 후보는 해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박 후보는 북한 당국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문 후보는 구두로 북한의 재발 방지 약속이 있었던 만큼 곧바로 재개하자고 맞서고 있다. 이와 함께 선거전 초반 선거판을 뜨겁게 달궜던 서해북방한계선(NLL) 규정 문제를 두고서도 양측의 공방이 진행 중이다.
보수와 진보 진영 대선 후보를 차처하고 있는 두 후보는 복지 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선택적 복지의 개념를 기본으로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 제공으로 '한국형 복지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후보는 보편적 복지의 개념으로 국민 생활을 뒷받침해 줄 각종 복지제도를 구축해 '사람이 먼저인 따뜻한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두 후보의 차이는 의료보장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하느냐에서 갈린다. 박 후보는 가장 지원이 시급한 대상부터 선별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입장이고, 문 후보는 전 국민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노인 및 중증환자를 중심으로 한 선택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지원이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4대 중증질환(암'심장병'중풍'난치병)에 대한 지원을 2016년까지 국가가 100% 부담하며, 소득수준별로 건강보험료 및 본인부담 비율 차등 적용 체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평생 건강권을 보장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에 따라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의료비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실시하고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동시에 의료의 계층 격차와 지역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100만원 상한제를 위해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던 선택 진료비와 MRI, 초음파 등을 급여 대상에 포함시켰다.
재벌 관련 공약에서도 차이가 적지 않다. 박 후보가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보다 공정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반면 문 후보는 재벌 개혁을 벼르고 있다. 우선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부활 문제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한 기업이 순자산의 일정 비율을 다른 기업에 출자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출총제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한 제도다. 박 후보는 2009년 폐지된 출총제를 다시 살린다 해도 규제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대기업 투자동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이에 부정적 입장이다. 반면 문 후보는 재벌 개혁의 상징인 출총제를 반드시 부활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재벌의 순환출자 구조에 대해서도 '신규'만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문 후보는 신규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3년 내에 해소하겠다고 공언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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